'땡땡이' 무늬로 유명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지구에서 사라지거라/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이 끔찍한 괴물과 싸울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91)가 코로나 정국 극복을 위한 한 편의 시(詩)를 발표했다. 점으로 가득한 호박 그림 등으로 잘 알려진 미술계 저명 인사가 그림 아닌 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그는 시를 소개하는 서두에 "나는 오늘 코로나(COVID 19)를 마주한 세계에 이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썼다. 희망과 용기를 주문하는 20행짜리 시는 15일(현지 시각) 그의 소속 갤러리인 데이비드즈워너 측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됐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각자의 이야기와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위해/ 지금은 우리 영혼의 찬송가를 찾아야 할 때/ 이 기록적인 위협 가운데서 짧게 터지는 빛이 미래를 가리킨다/ 이 화려한 미래의 노래를 즐거이 노래하자/ 가자."

어릴 적 학대의 기억 탓에 착란과 편집증 등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야요이는 1977년부터 도쿄에 있는 정신병원을 드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불안 치유의 시도라는 점에서 시적 울림도 덩달아 커진다.

시를 닫으며 그는 스스로를 '예술을 통한 세계의 혁명가'라 칭했다. 미술계 거장의 작지만 둔중한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점화되고 있다. 봉쇄된 프랑스에서 격리 생활 중인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3)는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패드로 그린 노란 수선화 그림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 무엇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음을 기억하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