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다소 잦아들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기엔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초고속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인류 역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 세계를 마음대로 다닌 적이 있던가. 이렇게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엮인 적이 있던가. 이런 현실이 향후 코로나 사태의 추가 확산과 그 심각성에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에 경험하고 있듯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치료제와 백신이 급선무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예 개발이 어려울 수 있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안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코로나 사태에선 혈장 치료제니, 에이즈·에볼라 치료제 등이 효능을 봤다고 하지만 가장 많았던 치료 케이스는 뭐니 뭐니 해도 자연 치유였고, 그 힘은 면역 체계였다.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려면 체내에 강력한 면역 체계를 갖추어 줄 건강한 세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이러스란 의학 이슈를 경제·사회 영역에서 한번 고민해 보자. 우리 사회 역시 그동안 소중히 일구어 온 공정, 정의, 신뢰, 민주주의 등의 가치들이 괴이한 바이러스의 침투와 무한 증식으로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다. 진영에 따라 생각은 다르겠지만, '최순실 사태'나 '조국 사태'를 보며 국민이 몸부림친 바탕엔 건전한 우리 사회의 세포들이 괴이한 바이러스에 공격당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공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바이러스 출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여기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의 괴이한 바이러스의 실체는 무엇일까. 진영 논리로 깊어진 불신이란 생각이다. 어떤 팩트도 진영 논리 앞에선 무력하기 짝이 없다.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조차 헷갈리는 세상이다. 이것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분열로 질주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대안 없는 미래에 좌절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많은 유권자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투표장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대안의 부재가 아니라 어떤 대안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우리 사회 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불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신의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공동체의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내는 일이어야 한다.
다시 코로나 사태로 돌아가 보자.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세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 준 덕분이다. '문 열고 모기 잡는' 아쉬움 속에서 목숨 건 사투도 부족해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마스크 약국 판매 같은 세계가 놀란 아이디어를 내놓은 의료진들은 우리의 보배이다. 전쟁 같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며 지역을 떠나지 않고 버텨준 대구·경북의 확진자들과 시민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우리는 오랫동안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건강한 세포가 바이러스보다 강할 수 있는지, 왜 우리는 바이러스 앞에 굴복될 수 없는지를 현실에서 입증해 줬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건강한 세포를 증식했다고 확신한다.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무한 증식하면 생명체는 목숨을 잃는다. 한 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번 총선 결과에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좌절할 것이다. 하지만 2년 후면 대선이 오고, 4년 후면 또 총선이 올 것이다. 나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강력한 사회 면역력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중단돼선 안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