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경 MBC 국장

채널A 기자와 검찰 고위 간부 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MBC 내부에서 비판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그동안의 MBC 보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논설위원을 지낸 이보경 뉴스데이터팀 국장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채널A기자와 검사장간의 녹취록 발언 요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거짓, 엽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채널 A의 56쪽 녹취록을 다 읽었다"면서 "최강욱이 '사실 아니어도 좋다' 운운했다는 대목은 없다"고 썼다. 이어 "또 다른 녹취록이 있을 리 없겠죠, 걍 오래된 최구라(거짓)의 향기가…"라고 썼다.
이는 최강욱 후보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면서 "이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라는 식으로 쓴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최 후보의 주장과 달리, 최근 유튜버 유재일씨 등을 통해 공개된 채널 A기자와 지씨 사이 대화 녹취록 전문(全文)에는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등의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이보경 국장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기자의 입장에서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는 말은 도저히 떠올릴 수도 없는, 엽기적인 말”이라면서 “MBC냐 아니냐를 떠나, 기자 집단의 한 일원으로서 최 후보가 거짓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것이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심각한 상황을 용납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 국장은 맨 처음 채널A와 검찰 간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서도 흠결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데스크 보도를 보면 도대체 왜 제보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야 했는지 의문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뭔가 ‘잽’을 하나 날리려는 의욕이 너무 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녹취록 자체가 사실 관계를 뒷받침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허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녹취록을 다 읽어 보면 너무 황당한 ‘허무 개그’이자, 서로 불신(不信)하는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면서 “심지어 맨 뒤에 가보면 채널A기자는 제보자 이름도 모르는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제보자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의 불확실한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쓸 기자는 없을텐데, 이를 근거로 검찰과 채널 A 기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의 시도가 오히려 더 무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MBC가 ‘스트레이트’ 등의 시사프로를 통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두 차례 잽을 날렸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 시절에 이미 다 검증된 구문(舊聞·오래된 정보)이었던 반면, 지모씨가 제보한 녹취록은 전혀 다른 ‘새로운’ 내용이다 보니 너무 덤빈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국장이 채널 A와 검찰 유착 의혹 보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쓴 소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첫 보도와 두번째 방송이 나가고 바로 다음날에 내부 인트라넷과 카톡을 통해 ‘한 마디’ 했다”면서 “이철 대표를 ‘VIK전 대표’라고 하면서 12년 확정 판결 받은 금융사기범이라는 죄명이나 불법적 모금 활동을 벌인 범죄 내용에 대한 소개도 없이 두루뭉실하게 언급한 점을 지적했고, (마치 정상적인 기업인인 것처럼) VIK 창립식에서 발표하는 영상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1987년 MBC에 입사한 이보경 국장은 보도제작부 부장, 뉴미디어뉴스부 부장 등을 지냈으며, 논설위원실 소속으로 지난 2월 MBC 대표이사 공모에 여성으로 유일하게 응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성제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논설위원실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뉴스데이터팀에서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 등 과거에 제작된 MBC 보도물의 기사와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국장은 MBC 사장에 응모한 이유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MBC 보도를 보면서 내가 평생을 몸 담았던 방송사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이 걱정됐다”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항상 여권 편에만 서 있는 MBC의 지금 모습을 정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과거에도 이른바 한직(閑職)으로 발령나 수도권 일대 MBC 지사를 전전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또다른 글에서 “전 정권 시절 탄압이라면 저도 한학수 PD(현 ‘PD수첩’ 진행자) 등에 못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MBC 1차 블랙리스트’ 23명에 들었으며, 수원 등지의 부서로 ‘유배’다녔고, 해고를 생각해봤고…”라고 썼다. 그는 정권이 바뀐 뒤 현재 MBC가 보이는 모습에 대해 “시민·국민의 힘 고마운 것을 잊고서 그 ‘탄압’에만 꽂혀서 MBC가 이런다면, 양심수들, 삼성 노조원들, 쌍용차 노조원들 같은 분들은 이 나라를 씹어먹어야 격이 맞겠어요 원…”이라고도 썼다.

그는 “MBC 기자 조직이 특종 욕심이 좀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조직 전체가 너무 무력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정권에 따라, 항상 여권에 심하게 줄서는 경향이 반복되면 사장 선임 제도 같은 것들을 바꿔야 하지 않나, 돌아가신 이용마씨도 주장했던 것처럼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