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여성 우주인인 제시카 메이어(왼쪽)과 크리스티나 코크가 지난해 10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주먹을 맞대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10월 18일 우주 개발 사상 최초로 여성만의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우주여행을 하면 머리가 커지고 눈이 나빠진다. 미국 과학자들이 우주를 다녀온 11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한 연구결과이다. 우주여행이 지구인을 영화 ‘E.T.’에 나오는 우주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미국 텍사스대의 영상의학전문의인 래리 크레이머 교수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우주여행을 다녀오면 1년 뒤에도 뇌 부피가 2% 증가한 상태로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북미영상의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영상의학’에 실렸다.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온 우주인 11명(남성 10명, 여성 1명)을 대상으로 우주로 가기 전과 지구로 귀환한 후 각각 뇌 형태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촬영했다. 그 결과 모든 우주인이 뇌의 백질과 회색질, 척수액 모두 부피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로 가기 전 뇌(왼쪽)와 지구에 귀환한 날의 뇌(오른쪽).오른쪽 사진에서 검은 화살표 머리로 표시된 뇌실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흰 화살표 머리가 가리키는 대상회가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두피 조직(화살표)은 두꺼워졌다.

연구진은 뇌가 커지면 뇌압도 증가해 시신경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이러면 시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동안 우주인들은 지구로 귀환하고 시신경 팽창과 망막 출혈, 시력 손상 등을 호소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도 형태가 변형된 것으로 드러났다. 뇌압이 증가하면서 역시 뇌하수체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의 도나 로버트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처음으로 미국우주항공국(NASA)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오고 1년이 지나도 뇌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약 1년간 다녀온 스콧 켈리(왼쪽)와 그 시기 지구에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켈리.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두 명의 신체상태를 비교해 우주의 미세중력 효과가 6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1년까지도 우주여행의 영향이 이어진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4월 NASA는 약 1년간 우주를 다녀온 스콧 켈리와 지구에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켈리의 신체 변화를 비교한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우주에 머물렀던 스콧은 수명과 관련된 염색체의 말단이 조금 길어지고 체중과 면역력,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졌다. 망막이 두꺼워지는 등 안구 모양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이런 변화는 지구 귀환 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거의 원상 복귀됐다고 NASA는 밝혔다. 이번에 더 많은 우주인을 조사했더니 스콧과 달리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친 영향이 1년 뒤까지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력 사라진 우주, 머리 부풀고 팔다리 가늘게 해 우주인의 뇌가 커진 것은 중력 변화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지구에서 서 있으면 중력에 의해 피가 아래로 내려가지만, 중력이 거의 사라진 우주에서는 몸 어느 곳이나 균등하게 피가 흐른다. 결국 지구보다 머리에 피가 더 많이 가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지구에 있을 때보다 얼굴이 부어 있다. 지구로 귀환해도 그때 받은 영향이 지속한 것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사람이 누운 침대를 머리 쪽을 아래로 기울여 우주에서처럼 머리에 피가 더 몰리게 했다. 그러자 우주를 다녀온 우주인처럼 뇌압이 증가하면서 시신경이 팽창했다.

우주에서는 머리뿐 아니라 몸 전체가 바뀐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아주 약해 뼈에서 칼슘이 한 달 평균 1% 줄어든다. 근육에서는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은 1년 뒤 약 20%의 근육 단백질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만히 있으면 점점 머리는 부풀고 팔다리는 가는 영화 속 우주인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말이다. 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인들이 하루에 2시간씩 밧줄을 몸에 매달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며 필사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원통형 우주선이 계속 회전해 지구같은 중력을 만들어낸다. 한 우주인이 회전하는 원통형 우주선 내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연구진은 우주의 미세중력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하나는 공상과학(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인공 중력을 주는 방법이다. 영화 속 우주선은 원통형 외곽을 마치 원심분리기처럼 계속 회전시켜 우주선 내부에 인공 중력을 구현한다. 크레이머 박사는 “하루에 일정 시간 우주인을 원심분리기 형태의 장비에서 회전시켜 인공 중력을 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다리의 피가 머리로 많이 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특수 우주복을 입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