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에 걸려 일자리를 잃은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1년 동안 전선(電線)을 주워 번 돈을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에 써 달라'며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신사2동 주민 한계연(60)씨가 다리를 쩔뚝이며 주민센터에 들어와 현금 10만원이 든 봉투를 직원에게 건넸다. 한씨는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씨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을 아는 직원들이 말리자, 그는 "그동안 받기만 했으니 이젠 나도 돕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한씨는 4년 전부터 시속척수염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양손에도 수시로 통증이 찾아왔다. 가방 등 가죽 제품을 만들어 팔던 그에겐 치명적인 병이었다. '완치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씨는 이후 동네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전선을 주웠다. 피복을 벗겨 팔면 1㎏당 4000원씩 벌 수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지난 1년간 10만원을 모았다. 한 달에 50만원 정도씩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제외하면, 이 돈이 한씨의 유일한 수입이었다.

한씨는 본지 통화에서 "병에 걸리고 나서 도움만 받고 살아서 나도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수시로 안부를 묻고 간호해줬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마스크도 가져다줬다"며 "그 모든 게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한씨는 "요새 과자값이나 되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힘들게 번 돈인 만큼 기부하고 나니 더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