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을 하다 갑자기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사는 완전한 가짜다. 아무도 읽지 않아 5년 안에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직후 이 동영상을 틀었다. 트럼프가 언급한 NYT 기사는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지난 1월부터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다는 기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 3분짜리 이 동영상에선 지난 1월 한 의사가 코로나가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고 방송에서 말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말 중국으로부터 입국 제한 조치를 한 것이 그래픽으로 나갔다. 이후 3월 들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장면 등 코로나 대응 정책을 발표하는 장면을 쭉 보여줬다. 또 민주당 주지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해준 데 대해 감사하는 발언도 내보냈다. 미국인 2만명 이상이 코로나로 숨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코로나 대응을 자화자찬하는 동영상을 튼 것이다.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던 CNN과 MSNBC는 이 동영상이 나오자 중계를 중단했다. CNN은 "트럼프가 브리핑을 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 시간으로 바꾸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코로나 엎친 데 토네이도 덮친 美 -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닉스빌에서 13일(현지 시각) 주민들이 무너진 주택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전날 미 남부 지역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3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대피소에 수용하기 위해 앨라배마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시 중단했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설전도 벌였다. 기자들이 "백악관에서 이런 선거 광고 같은 비디오를 트는 것은 처음 봤다. 왜 이런 일을 하나"라고 묻자 트럼프는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에 기자들이 "이걸 공무원이 만들었느냐"라고 묻자 트럼프는 "그들(백악관 직원)이 한 건 그냥 비디오 클립을 몇 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이 선거 광고 같은 동영상을 만들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CBS뉴스의 한 기자가 "동영상에도 2월에 뭘 했는지는 안 나온다. 미국은 검사 준비도 안 됐다. 도대체 뭘 했느냐"라고 묻자 트럼프는 짜증을 내며 "아주 많이 했다"고 한 뒤 "당신은 가짜(fake)다. 당신의 방송국도 가짜고 시청률도 낮다"고 했다.

그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 권한과 관련해 "대통령이 전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는 뉴욕·뉴저지 등 미 동북부 7주의 주지사들이 경제활동 재개 시점을 함께 결정하기로 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NBC뉴스는 팩트체크를 통해 "경제 봉쇄와 재개는 헌법상 권한인 '경찰권'에 해당한다"며 "이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에 있다"고 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이날 트럼프 발언에 대해 "우리에겐 헌법이 있지, (전권을 가진) 왕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까지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58만2500여 명, 사망자 수는 2만3600여 명에 달했다. 뉴욕주의 사망자 수는 1만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