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바이오 기업 신라젠과 투자사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이철 전 대표 등을 수사 중인 가운데, 이 전 대표 주변인들의 수상한 행적이 의문을 낳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가 여권 지지를 받고 곧바로 교수직에 오르는가 하면, VIK에서 이 전 대표 측근으로 근무했던 이는 청와대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던 김창호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전 대표에게 6억2900만원을 받아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처장은 2017년 5월 만기출소 했다. 그러나 출소 후 김 전 처장의 발자취는 보통의 정치자금 수수자와 달랐다. 그는 교도소에서 ‘대통령의 발견’이란 책을 펴냈고, 출판 기념회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와 노사모 출신들이 아지트처럼 찾는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었다.
강연 등 외부 활동도 활발히 했다. 김 전 처장은 2018년 9월에는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초청으로,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이 주최하는 민주시민학교에서 제주도민과 당원 등을 상대로 한 강사로 초빙됐다. 그는 이후 동국대 석좌교수를 맡았다. VIK 피해자들은 이 전 대표가 돈을 건넨 사람이 김 전 처장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피해자는 “돈을 받아 실형을 살고 난 이가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근이었던 임모(40)씨의 행적도 논란을 불러온다. 임씨는 2013년 1월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VIK에 취업해 2015년 8월까지 VIK 소통네트워크실 경영기획팀 대리로 근무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해 임원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을 했다. 측근이 아니면 맡기지 않는 일이다. 임씨는 2015년 VIK에 대한 검찰 수사에선 내부 제보자 역할을 했다. VIK가 투자한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업체 EWBM에서 VIK 측에 20억원을 리베이트로 줬다는 의혹 등은 그의 입에서 시작됐다. VIK 피해자들은 VIK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어줄 열쇠로 임씨를 꼽는다.
특이한 것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2017년 말 그가 돌연 청와대 행정요원에 발탁됐다는 것이다. 3만명의 피해자를 낸 투자 사기 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음에도, 임씨는 개명을 한 뒤 인사검증을 통과했다. 이후 2년 7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임씨는 청와대를 나오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2년6개월 27일을 근무했다”며 “대통령과의 점심을 마지막으로 청와대 근무를 마무리했다”고 적기도 했다.
임씨는 2010년 의정부 지역에서 국민참여당 업무를 돕다 그해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의정부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당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 전 대표가 함께 임씨의 선거 유세를 도왔다. 2012년엔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을 바꿔 시의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VIK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채용이 VIK 일을 잘 아는 임씨에 대한 입막음용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이 VIK에서 은닉된 돈과 이 돈의 행방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임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과연 (신라젠과) 친여권과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며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하지 않을까. 신라젠이 제일 잘나가던 시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고 실제로 박근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