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체인 경총이 "대기업도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출금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 지급 보증 등 각종 금융 지원이 대부분 중소기업 대상으로 제한돼 있어 대기업은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부도 초읽기에 몰린 항공 산업에 3000억원을 긴급 융자해주면서 저비용 항공사만 지원하고 대기업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제외했다. 경총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정부가 애로 사항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며 위기 앞에서 대기업을 차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현금 보유가 많은 극소수 기업을 뺀 대다수 대기업이 '매출 절벽'에 빠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주문 격감 탓에 국내 공장 4곳의 생산 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5대 수출 업종 중 하나인 석유화학 4사는 수요 감소와 국제 유가 폭락으로 1분기에만 2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고강도 구조 조정 후 회생을 모색 중인 조선 3사는 올 1분기 중 수주액이 연간 목표량의 3~5%에 그쳐 다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업 대표 주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마저 주문 격감으로 일부 해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주력 대기업이 줄줄이 코로나 쇼크에 휘청거리고 있지만,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선 인색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휴직·휴업을 선택할 때, 중소기업엔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하는 반면 대기업은 67%만 지원한다. 무급 휴직자에게 정부가 2개월간 월 50만원 지원해주는 것도 대기업은 제외하고 있다. 여당은 대기업을 더 옥죄는 총선 공약을 줄줄이 제시한 상태다. 민주당과 비례당 1호 공동 공약이 대기업 규제다.

대기업은 수출 제조업 중심인 한국 경제의 주력이다. 전체 수출의 67%, 영업이익의 65%를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상위 0.5% 대기업이 법인세의 78%를 낸다. 대기업이 흔들리면 협력 중소기업은 물론 지역 경제권까지 줄줄이 타격받고 산업 생태계와 고용 기반이 무너진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기업을 살리기 위한 파격적 지원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기업용 지원 자금을 대기업에 5000억달러, 중소기업에 3500억달러 배분했다. 일본은 국책은행을 통해 대기업에 4조원 이상을 특별 지원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대기업에 임금 75%를 지원키로 했다. 한국처럼 대기업을 차별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대기업도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부가 대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둔감한 것은 '대기업에는 돈이 많을 것'이란 고정관념, 뿌리 깊은 반(反)대기업 정서, 어차피 표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계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감염병 종료 이후 경제 회복 국면에서 본격 전개될 각국의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선봉에 서야 할 주체는 각 분야의 한국 대표 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