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都)에서 9일 하루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181명 발생해 하루 증가 폭 최대치를 기록했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400명대였던 도쿄도의 누적 환자 수는 1519명을 기록했다. 일본 전체 확진자도 8일 515명에 이어 9일 565명이 추가돼 이틀 연속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전체 누적 확진자는 6000명을 돌파했다. 확산세를 감안할 때 조만간 일본 정부가 손쓰기 어려운 의료 시스템 붕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일본 NHK는 도쿄도 등 주요 광역자치단체 일곱 곳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사태' 조치가 발효된 8일에 이어 9일에도 도쿄도 신규 확진자 기록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전체 확진자는 크루즈선 승선자 712명을 포함해 총 6249명으로 늘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긴급사태 발효를 하루 앞두고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속도로 증가세가 계속되면 2주 뒤 도쿄도에서만 환자가 1만명, 한 달 뒤에는 8만명을 넘을 것"이라며 "사람 간 접촉을 70~80%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이 8일 성인 남녀 219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긴급사태 선언이 늦었다'는 대답이 70%였다. '긴급사태 대상 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대답도 58%로 절반을 넘었다. 현재는 47개 광역단체 중 도쿄도 등 수도권 포함 7개 지자체에만 발령돼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긴급사태는 일본이 몇 달 동안 실시해 온 접근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한 결과"라고 썼다. 런던 킹스칼리지 인구보건연구소 시부야 겐지 소장은 NYT에 "일본은 엉망이 돼 버렸다. 현재 확진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며 "환자가 급증하면 도쿄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집중치료의학회에 따르면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용 병상 수가 5개다. 독일(30개)이나 이탈리아(12개)보다 부족하다.

정부 조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도쿄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자가 적은 지방으로 '코로나 피난'을 가는 것이다. 수도권 근교 휴양지로 잘 알려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는 긴급사태가 예고된 지난 6일부터 외지 번호판을 단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 별장촌으로 유명한 도치기현 나스마치의 한 리조트 전무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피난을 원하는 사람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하려는 사람도 별장촌을 찾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