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렸던 6400억원대 어음 사기 사건의 주범 '큰손' 장영자(76)씨가 9일 사기 혐의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번이 네 번째다. 현재까지 사기 혐의로 총 29년을 복역한 장씨는 이번 판결로 인생의 절반 가까운 33년을 감옥에서 지내게 됐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장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미모와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메이퀸(5월의 여왕)에 꼽히기도 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처삼촌인 고(故) 이규광씨의 처제였다. 장씨는 중앙정보부 차장이던 이철희씨와 결혼한 후 남편의 권력과 전두환 대통령을 내세워 사채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고 그 몇 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았다. 장씨가 할인해 쓴 어음 금액이 무려 6400억원에 달했다. 결국 이 어음들은 부도났고 기업들이 줄도산했다. 수사 과정에서 두 명의 법무부 장관이 경질됐고, 장씨는 당시로서는 최장기형이던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0년 만인 1992년 가석방된 그는 출소 2년 만에 140억원대 차용금 사기로 또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4년 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그는 2000년 220억원대 구권(舊券)화폐 사기 사건으로 다시 구속돼 15년을 복역했다. 하지만 출소한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남편 명의 삼성전자 주식을 현금화해 재단을 만드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지인들을 속여 총 6억2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열린 재판에서 수의(囚衣) 대신 벨벳 치마에 숄을 두르고 나온 장씨는 "내가 오히려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신문 도중 끼어든 증인에게 "어디 내 앞에서!"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1·2심은 장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도 9일 이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