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 문건'을 수사한 군·검 합동수사단 출신 인사들이 주변에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1번을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령을 발동하려 했다는 '내란(內亂) 음모' 의혹 등을 수사했다가 진전이 없자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고, 작년 말에는 소강원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군사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군에서는 합동수사단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무리하게 진행한 수사 때문에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복수의 군 관계자는 "합동수사단 출신 일부 인사가 여당을 찍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며 "현 정권이 10년은 더 가야 자신들이 군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했다. 합동수사단 출신 한 인사는 "노골적으로 정권이 두 번은 더 가야 한다며 1번을 찍으라고 얘기한 사람도 있다"며 "우리(합동수사단)는 한배를 탔으며 정권이 교체되면 모두 다 죽는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이런 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합동수사단 안에서는 1번을 찍는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 군 관계자는 "합동수사단 인사가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하길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계속 반복해 진지하게 말이 나오고 내부적으로도 그런 얘기를 반복적으로 한다고 해 놀랐다"고 했다.

합동수사단은 당시 계엄 문건 의혹을 조사한다며 105일 동안 204명을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후 대부분이 원 소속부대로 돌아가 활동 중이다. 군은 공소 유지를 위해 일부 인력만 배치해 합동수사단을 운용 중이다.

군 안팎에서는 합동수사단 인사들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계엄 문건 수사가 무리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는 계엄 문건이 애초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인데 청와대 하명으로 무리한 수사가 진행됐다는 인식이 있다"며 "불안감이 큰 건 이해되지만, 자칫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합동수사단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사실이 아니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1번'이 적힌 파란 모자와 장갑을 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