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달러 안 나오셔도 돼요. 사진 찍어 보내드릴게요."
'한국 불교 1번지' 조계사가 올해 '온라인 연등 접수'를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법회 중단 등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면서 생긴 또 하나의 풍속도다.
매년 사찰들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올해는 양력 4월 30일)을 앞두고 마당 가득 연등을 건다. 신도들은 '등값'을 내고 연등에 자신과 가족들의 이름표를 붙인 뒤 소원을 빈다. 사찰들로서는 '1년 살림'이 등값에 달렸다. 정기적으로 십일조나 교무금을 내는 교회, 성당과 달리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신도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주로 연세 있는 보살님(여성 불자)들이 오셨는데, 자녀와 남편이 절에 나가는 것을 만류해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했다. 조계사 이세용 종무실장은 "조계사 전체 연등 5만개 중 9일 현재 1만5000개 정도 접수됐다"며 "부처님오신날을 3주 정도 앞둔 상황을 감안하면 예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도가 직접 사찰에 오지 않고도 연등을 달 수 있는 '온라인 접수'를 도입했다. '온라인'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전화 접수가 대부분이다. 원래 계획은 이메일로 성명, 법명, 생년월일, 주소 등을 적어 접수하고 등값을 송금하면, 사찰에서 입금 여부를 확인한 뒤 연등에 이름표를 단 모습을 촬영해 신도의 휴대전화로 전송해 주려 했다. 그러나 연로한 신도들에겐 이메일보다는 전화가 편리했다. 또 전화로 약정하면 입금 전이라도 연등에 이름표를 달아 사진을 찍어 보내준다.
반응은 좋다. 지난 2주간 1000여 건이 접수됐다. 조계사 관계자는 "신도님들이 '직접 못 가서 미안하다'며 접수하곤 한다"며 "자녀가 부모를 대신해 접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지현 스님은 "코로나 때문에 시작한 서비스이지만 법회가 재개된 후에도 신행 생활에서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보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