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 세계 90국에 대해 사증 면제와 무사증 입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한국 공관에서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이미 발급한 단기 사증(90일 이내 체류)의 효력도 정지시켰다. 세계 180국 넘는 나라가 한국을 상대로 빗장을 걸어도 우리만 '문 열고 방역'을 고집하다 뒤늦게 입국 차단 조치에 나선 것이다.

최근 외국인 입국자는 하루 1000~1500명 수준이다. 과거의 수십분의 1 정도로 줄었지만 정부로선 창문 열고 모기 잡는 엉터리 방역을 더 이상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최근 2주간 발생한 환자 1182명 가운데 해외 유입 감염자가 564명, 이들에게서 2차 감염된 환자가 66명이다. 전체의 절반 넘는 630명 환자가 정부가 만든 방역 구멍을 통해 국내 유입됐다. 5만명 넘는 자가 격리자의 85%가 해외 입국자인인데 이들을 수용하는 격리 시설도 벌써 포화 상태이고, 격리 조치에 불응하는 외국인 추방 등에 드는 행정력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전문가 단체들이 입국 금지를 그토록 권고해도 듣지 않더니 문 열고 방역하느라 제풀에 지친 정부가 결국 두 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석 달간 억지 논리로 '문 열고 방역'을 밀어붙였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한국 상대로 입국 금지를 하는데 "방역 능력이 없는 나라들이 입국 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한다"고 하고,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갖고 왔다"며 국민 탓을 하고, 중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어 이해한다"고 하더니 일본이 그렇게 하자 "비과학적, 비우호적 조치"라고 했다. 이 황당한 주장에 관변 학자들까지 가세했다. 그렇게 문제없다고 강변하더니 대통령이 마치 남 얘기하듯이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국민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언젠가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