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동생의 뜻입니다. 좋은 곳에 써주세요”

지난 7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익명을 요구한 60대 여성 A씨가 400만원을 기탁했다. 먼저 떠나보낸 동생이 남긴 돈이라고 했다.

A씨의 남동생 B씨는 30년간 병상에 누워 있다가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군을 제대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누군가에게 맞은 후로 중증장애를 앓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평생을 남의 손을 빌려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 B씨는 평소 “지금 받은 도움 언젠가 은혜를 갚고 싶다”고 누나에게 자주 말했다고 한다.

A씨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그도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어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 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록 어려운 여건에서도 A씨는 동생의 이름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얼마 안 되는 수입에서 조금씩 떼 동생 치료비로 모아왔다.

9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익명의 주민이 기탁한 400만원을 매포읍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매포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최순화 위원, 심상열 매포읍장, 김점순 위원, 오시백 군의원, 김효석 맞춤형복지팀장.

그렇게 힘들게 모은 치료비를 동생의 뜻을 실천하겠다며 평소 자신을 도와주는 협의체에 전달한 것이다. 협의체는 9일 A씨가 건넨 400만원을 매포읍에 전달했다.

매포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최순화 위원은 “봉투의 무게가 1억, 100억, 1000억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라며 “본인 생계도 어려운데 선뜻 기탁을 결심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심상열 매포읍장은 “가슴 먹먹한 성금은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며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꼭 필요한 가정에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