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 착취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크게 놀라고 있다. 운영자와 이용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이고 피해자 가운데서도 청소년이 많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건은 아동·청소년들을 둘러싼 인터넷 환경·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고, 성에 대해 많이 알면 어른이 된 것 같고, 친구들 사이에서 서열이 높아진 것처럼 느낀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속 영상이나 게임 속 캐릭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성을 경험한다. 그런데 통제 없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성폭력, 성학대를 표현하는 영상물에 쉽게 노출된다. 부모들은 불안하다. 어떻게 교육해야 내 아이가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 않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인터넷 속 '경계하는 습관' 가르쳐야
인터넷 영상 속 성은 관계가 빠진 채 충동과 감각만이 존재한다. 게임에선 옷을 거의 입지 않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공격을 받으면 성적인 느낌의 기괴한 모습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알게 된 어른들과 성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성차별적 통념을 배우기도 한다. 별생각 없이 익숙해진 성차별적 문화는 모바일상의 단체 대화 공간인 단톡방에서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품평하고 성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인터넷 이용에 대한 교육이다. 부모는 온라인 세상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기분 나쁜 경험을 하진 않았는지, 애매모호한 상황은 없었는지, 뭔가 제안받은 것은 없는지 등을 일상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경계하는 습관'을 부모가 심어줘야 한다. 사적인 정보를 함부로 알려줘서도 안 되고 이유 없이 선물을 보내거나 만나자고 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온라인 대화 부모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아이에게 맞지 않는 부적절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모에게 알리도록 한다. 좋은 사람이라면 부모에게 허락받고 아이들과 사적으로 연락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상대방의 정보를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했을 때 거절했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부모에게 말해야 하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지, 말해도 괜찮은지, 부모에게 말하기 어렵다면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는 아이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을 쌓아야 한다. 뉴스나 드라마 등을 함께 시청하고 성과 관련된 주제로 토론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연스레 성교육을 할 수도 있다.
◇타인 존중하는 '관계 교육' 일상화
성교육은 '관계 교육'이 중요하다. 관계 교육은 친밀감을 표시하는 등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는 게 핵심이다. 성차별 없는 평등한 관계에 대한 교육은 일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좋은 관계, 평등한 관계를 많이 경험할수록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할 힘이 생긴다.
가정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교교육이다.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5~8세, 9~12세, 12~15세 등 발달 단계별로 포괄적 성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한다. 포괄적 성교육은 단순히 성폭력 예방 교육에 그치지 않고, 앞서 언급한 관계 교육 등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가짐까지 함양시킨다는 뜻이다.
학교 관리자, 교사 등의 의지에 따라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어느 학교에 입학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성교육을 경험하게 된다. 학교에서 성교육이 체계적이고 균질적으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성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횟수를 확보해야 하고, 성인지적 관점의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