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4·15 총선 주요 승부처인 서울 종로에서 맞붙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공통으로 내민 공약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바로 송현동 부지 개발 계획입니다.

이 후보는 '송현동 랜드마크 숲·민속박물관 등 문화공간 조성'을, 황 후보는 '송현동 부지 활용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조성'을 내세웠습니다. 이 공약들을 보면 송현동 부지가 마치 언제든 개발이 가능한 공유지이거나 주인 없는 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땅은 엄연히 주인이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7성급 호텔을 짓기 위해 이 부지를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지만 규제에 막혀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을 추진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땅을 팔아 빚을 갚겠다는 것이죠. 현재 부채비율이 800%를 넘는 대한항공은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7월 기준 3130억원, 시가는 5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이 부지가 마치 공공 용도의 땅이기라도 한 것처럼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로구의 두 출마자 말고도 지난 3월 서울시가 이곳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송현동 부지는 현재 6개 매각 주간사 중 한 곳을 선정하는 단계라, 매입 후보 대상자는 검토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미 매입 대상자라도 된 것인양 부지 활용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가 6000억원에 달하는 이 땅을 2000억원에 매입하길 원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지에 관심이 있더라도 유력 대선(大選) 주자와 서울시가 개발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선뜻 사겠다고 나서기가 쉽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현재 항공기가 10대 중 9대꼴로 멈춰 서 있고, 올해 갚아야 하는 빚만 4조원이 넘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최악의 위기에 몰려 송현동 땅이라도 빨리 제값 받고 팔아야 하는 대한항공의 절박한 처지는 정치권과 서울시의 관심 밖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