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소상공인 대출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 선 소상공인들


"정부 나리님들, 현장에 와서 소상공인 대출 한 번 경험해보세요. 그럼 함부로 대출해준다는 말 안나올걸요." (curl****)

지난 6일 본지가 쓴 ‘소상공인 대출 스위스 30분, 한국은 빨라야 5일’ 기사에 달린 한 소상공인의 댓글이다. 해당 기사는 신속한 지급을 위해 신청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한 스위스의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을 소개했다. 스위스는 기존 은행 거래 정보를 활용해 심사 과정을 줄이고, 추가 인력은 물론 AI(인공지능)까지 투입해 일주일 만에 150억 스위스프랑(약 18조원)을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했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 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한국의 현실과 비교되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울분의 댓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모아 소상공인 대출을 신속하게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소상공인 경영안전자금을 확대(12조원)한다고 발표한 날은 지난달 19일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보름이 넘게 지난 6일까지도 하루가 급한 소상공인 가운데엔 현장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과 금융회사의 보신주의, 절차적 복잡함을 여전히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네이버 본지 기사에 달린 댓글을 중심으로 모아 소개한다. (일부 단어는 맞춤법을 표기에 맞게 수정하고 비속어는 약간 순화했다.)

"3일을 뺑뺑이 돌았네요. 정말 돌겠네요." (yomo****)

댓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뺑뺑이'였다. 대출을 받아보려 이 기관 저 기관을 전전하거나, 문턱이 닳도록 은행을 찾았지만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3일간 뺑뺑이를 돌았다는 이 소상공인의 이야기다. '은행에 대출 받으러 갔더니 자체 신용평가에 나이스신용평가… 한 군데라도 안 되면 안 준답니다. 기업은행에 갔더니 홀수날 다시 오랍니다.'

또 다른 소상공인도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갔는데 첫날은 서류 준비 때문에 돌아왔고, 둘째날은 사람이 많으니 홀짝에 맞춰 오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5일 뒤 준비해서 3시간을 기다려 접수를 하려니 자격이 안 된다고 한다. 황당하다”고 했다. 한 소상공인은 ‘홈페이지 접속도 안 되고 콜센터 전화도 안 되고 직접 가면 예약 먼저 하라고 하고 다시 예약 안 되는 홈페이지… 화만 납니다. 대출 신청해보지도 못하고 폐업할 판입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뺑뺑이’ 신세가 된 소상공인의 울분은 적나라했다. ‘서류 들고 가면 뺑뺑이 돌리고 사전 예약하려면 안 되고 전화하면 전화 안 받고 오늘 내일 애타는 심정으로 차례 올까 기다렸는데, 기가 막힌다.’(wlal****) ‘난 3주째 통화도 안 되고… 이동네 가면 얼마 준다, 저동네 가면 바로 준다. 아주 선고용으로 겁나 ○○네요.’(1009****) ‘대출받기 힘들다. 지방 소상공인은 다른 지역 가서 추천서 받고 그것도 아침 일찍 접수해서 오후에 추천서 받는다. 하루 꼬박 준비해서 은행 가서 다시 접수하고 한달 반에서 두달 기다려야 대출된다니….’(oper****) ‘진짜 준비할 서류도 엄청나고 받기 너무 힘듭니다. 말뿐이에요.’(sohy****) ‘은행원들은 몸사리기 바쁘고. 공무원은 말로만 정치. 오늘 ○○은행 갔는데 대출 거절. 신용등급 1등급인데 과거 대출 경력 있다고.’(pngs****)

스위스 금융당국은 지난달 25일 소상공인 긴급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관료주의를 최소화하겠다”라고 했다. 스위스 소상공인은 한 장짜리 대출 서류를 주거래은행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빠르면 30분 정도면 돈이 입금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5일 전했다.

"대출 신청해 보세요. 열받습니다.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khle****)

운 좋게 번호표를 받아 서류를 접수하더라도 대출금이 통장에 꽂힐 때까지는 '함흥차사'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 소상공인은 '첫째, 줄을 서야 합니다. 과장 보태면 끝이 안 보입니다. 둘째, 제출해야 할 서류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갚을 돈인데도 말입니다. 셋째, 서류 접수하더라도 한 달 이상 기다립니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라며 길고 힘들었던 대출 신청 과정을 설명했다. 까다로운 조건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소상공인은 '신용등급 줄세우더니 은행에선 등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매출이 적으면 꽝, 다른 대출 있으면 꽝이라고 한다'고 했다.

상당히 구체적인 경험담도 있어 소개한다. ‘이런 기사만 보면 정말 너무 화가 나요. 예전에 소상공인 대출 받으려고 할땐 신용이 너무 높아서 안되고 지금 소상공인대출은 이틀동안 겨우 힘들게 신청했는데 심사가 들어갔는지 조차 깜깜 무소식이고. 은행 1~3등급 대출 받으려니까 신용도가 낮아서 안된대요. 그래서 기업은행으로 찾아가 보니까 다시 직접 가서 대출 신청 취소하고 오래요. 그런데 기업은행도 코로나 대출 취소 후 신청하면 언제 심사가 되고 언제 대출이 될지, 얼마가 대출이 될지도 모른대요. 생각하니까 또 속상하고 화나네요... 에잇!’ (9988****)

느린 절차에 대한 불만은 이밖에도 많았다. ‘소상공인 대출 신청하고 한달 지났지만 감감 무소식….”(bums****) “이조건 저조건 다 붙여서 거절. 소상공인 두번 죽이는 정책입니다.’(ohby****) ‘서류서류서류서류서류.’(funp****)

"돈을 풀어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않아요." (vdsl****)

코로나로 진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는 정작 대출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소상공인은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조차 고객 위주가 아닌 심사기관의 편의성이 기준'이라며 '1~3등급은 5일 안에, 다른 등급은 천천히…매출 감소순(어려움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 일하기 편한 순서대로 대출이 나간대요. 우리나라는 아주 멀었죠'라고 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자정부 시스템을 활용해보라는 제언도 있었다. '하늘의 별따기 표현이 더 적절할 듯 싶다. 온라인 대출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되지, 현장접수는 소수 인원만 받지. 대출은 당장 필요한데 절차는 하세월이다. 전자정부 시스템 좀 잘 활용해 보세요. 국세청 홈텍스 시스템에 대출연계란 추가하면 아주 빠를 것 같은데요.'(gosu****)

한 소상공인의 절규다. ‘정부는 스위스를 벤치마킹해서 소상공인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이러다간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굶어 죽게 생겼다.’(sk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