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주요 대선주자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4·15 총선을 눈 앞에 두고도 서로 엇갈리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당 내부에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황 대표와 유 의원이 이제라도 힘을 합쳐야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양측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별다른 협의를 하지 않고 각자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긴급 재난지원금을 놓고는 ‘메시지 충돌’ 사태까지 벌어졌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4월 5일 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이런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야 할 정당은 건전보수 정당”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건전보수 정당을 자임하는 미래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민생당, 정의당 등 나머지 정당들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거의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정당이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7일 오전 대전 유성갑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장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전 가구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든 모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도 했다. 최근 ‘긴급 재난지원금 50만원 지급’을 주장한 황교안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황 대표는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생계가 막막해 속이 타는데 언제까지 총선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을 것인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70%, 이해찬 여당 대표는 100%, 정부의 재난지원금 오락가락, 지지부진하다”라고 했다. 유 의원의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황 대표는 또 “정부 여당의 행태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국민은 안중에 없고 총선밖에 생각 안 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되며 전 국민 50만원(가구당 200만원)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각각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이끌다 합당을 하는 과정에서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산됐다. 유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 추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이번에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의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이지만 두 사람간 소통이 유기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골목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2월 9일 4·15 총선 불출마와 자유한국당과의 신설 합당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40여일간 사실상 칩거를 하다가 최근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지원 유세를 시작했다. 미래통합당 창당 과정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런 유 의원과 소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와 유 의원간 제대로 된 대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데 큰 선거에서 결국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대선주자로 꼽히던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하던 상황과도 큰 차이가 있는데 이래서는 선거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5년 6월 1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유승민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한 중진 의원은 “중도 성향 유권자 공략을 위해 유 의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데 긴급 재난 지원금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불거져서 안타깝다”며 “황 대표가 이제라도 선대위 체제 안에 유 의원을 끌어들여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