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민생당 천정배(66) 후보는 요즘 당 상징색인 ‘녹색’ 대신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 녹색 옷을 입고 기자회견 등에 나섰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천 후보는 2015년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될 당시에도 흰색 점퍼를 입고 지역을 누볐다. 천 후보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담아 흰색 점퍼를 입었다”며 “이번 총선이 내 정치 인생에서 마지막 출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을 선거구는 광주 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6선의 천정배 민생당 현역 의원과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양향자(53) 후보 간 리턴 매치로 관심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천 후보가 54.52%의 득표율로, 31.48%의 양 후보를 제치고 6선에 성공했다. 4년 만의 맞대결에 대해 지역 정치권에서는 팽팽한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남 신안 출신인 천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고 1996년 15대 총선 경기도 안산을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을 했다. 2013년 광주에 둥지를 튼 그는 2015년 4·29 광주 서구을 보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고, 이듬해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천 후보는 스스로를 ‘개혁의 아이콘’으로 표현했다. 천 후보는 “나는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선거법 개혁, 경제 민주화 등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인 활동을 늘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고 강조했다. 또 “누구나 인정하는 정권 재창출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 나왔을때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100명도 넘었는데 아무도 노무현 후보에 대해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나 혼자 노무현을 도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 후보는 “2년 뒤 대권에서 ‘호남 대통령’이 나오기 위해선 천정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현재 민주당 실세는 대부분 친문, 비호남 세력이다. 만약 민주당이 호남에서 싹쓸이를 한다면 앞으로 호남 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것이고, 호남의 대권 주자들은 속된 말로 팽 당할 것”이라며 “범민주세력의 맏형격인 천정배가 민주당의 오만을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호남은 그동안 민주당 일당 독점주의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경쟁이 없으니 호남 정치가 무기력해졌다”며 “민주당 후보들은 국민들을 쳐다보지 않고, 당 눈치를 보며 공천 받아오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천 후보는 경쟁자인 양 후보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입지전적 성공 신화를 갖고 있는 분이다. 이런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광주 발전을 위해선 ‘정치적 힘’이 필요한데, 양 후보에겐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삼성이 자기네 이사 출신 국회의원이 나왔다고 해서 아무 조건없이 몇 조를 광주에 투자하겠냐”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광주에 투자하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인프라 조건을 확충해야 하며, 예산을 따올 수 있는 경험 있는 정치인 천정배가 적임자”라고 했다.

천 후보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호남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호남 출신 대통령을 만드는데 상당히 중요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 일만큼은 내가 잘 할 수 있다”며 “마지막 출마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