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관리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합친 통합재정수지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냈다.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 늘어난 728조8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1409만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까지 합친 국가부채는 17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황만으로도 이미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 수습 명목으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훨씬 더 불어날 예정이다. 지난 50여년간 지켜온 ‘재정건전성 강국’이란 공든 탑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7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는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된다.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전년도보다 44조원 가량 증가한 5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였던 2009년 43조2000억원 적자를 넘어선 최대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8%를 기록했다. 2009년(-3.6%)보다는 낮지만 유럽연합(EU)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삼는 ‘-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안팎으로 관리하겠다고 했었다.

당초 정부는 작년 예산안에서 42조 3000억원 적자와 GDP 대비 적자 비율 -2.2%를 예상했는데, 결산을 마쳐보니 적자가 예상보다 더 컸다. 강미자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과장은 “2018년 세계잉여금을 지방에 교부하면서 세입세출외 지출이 10조원 가량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세수 결손도 1조3000억원 발생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초(超) 수퍼예산을 짠 데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 사태까지 닥친 올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훨씬 더 커질 예정이다. 이미 1차 추경만으로도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2조원,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9조1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과 세수 결손 등을 합치면 적자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합재정수지도 12조원 적자를 냈다. GDP 대비 -0.6% 규모다. 통합재정수지는 관리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합친 것인데, 국민연금이 매년 40조원 가량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적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워낙 커서 통합재정수지도 적자를 냈다. 소폭(2000억원) 적자를 냈던 2015 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10년 만의 적자다. 올해는 통합재정수지도 41조5000억원, GDP 대비 2.1%의 적자를 내면서 2009년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

재정적자가 늘면서 국가채무도 동반 급증했다. 중앙정부 채무(699조원)와 지방정부 채무(29조8000억원)을 합친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조3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채무비율은 38.1%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급등했다. 국가채무는 당초 정부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은 정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GDP 성장률이 기대에 훨씬 못미쳤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올해는 더 큰 규모의 국가채무 증가가 예정돼 있다. 1차 추경까지만 반영된 올해 국가채무 예상액은 81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결산 대비 86조7000억원 늘고, GDP 대비 채무비율은 41.2%로 껑충 뛸 전망이다. 이 같은 결산 결과에 대해 기재부는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