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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사회복무요원들은 "거의 100% 개인 정보를 빼달라는 광고"라며 "사회복무요원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개인 정보 유출은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사회복무요원 최모(26)씨와 강모(24)씨가 성(性)착취 영상물 제작·유포범 조주빈(25)의 범행을 돕다가 잇달아 구속됐다. 최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했다. 전국 모든 주민센터 민원실에서 '주민등록시스템'을 쓴다. 여기에 이름·주소 혹은 이름·주민등록번호를 넣으면 전 국민의 현주소, 가족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가 조회된다. 구청 가정복지과에서 일했던 또 다른 공범 강모씨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이용했다. 여기엔 관내 어린이집 교사, 아동과 그 보호자의 개인 정보가 들어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이름, 주소, 주민번호, 보호자 이름, 연락처 등이다. 이 시스템에선 '관내 전체 아동 목록 열람'도 가능하다.

병무청은 조주빈 사건에 사회복무요원 두 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지난 3일 "사회복무요원이 개인 정보가 든 정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 정보 취급 권한을 주는 관청은 지금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산 시스템 접속에 필요한 ID는 정식 공무원에게만 발급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현실'은 다르다. 전국에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은 약 6만명. 그들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전 국민의 개인 정보를 얼마든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드러났다.

사회복무요원 이모(23)씨는 중부권 한 도서관 자료실에서 일한다. 도서 대출·반납 업무를 담당하는 이씨의 업무용 컴퓨터에는 자료 관리 시스템 '코라스(KOLAS)'가 설치돼 있다. 이름을 검색하면 도서관에 등록한 시민들의 주소, 연락처, 학교, 직장, 가족 관계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씨에게는 본인 ID도 있다. 함께 일하는 공무원이 "내가 없을 때도 일을 하라"며 만들어줬다. 이씨는 "인터넷에 수시로 '개인 정보를 구매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언젠간 사고가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4년간 영남권 한 주민센터에서 등초본 업무를 맡았다는 공무원 A씨는 "점심시간이나 교대시간, 민원인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사회복무요원에게 등초본 떼는 일 정도는 맡긴다"며 "직접 아이디와 비번을 알려주거나 로그인을 해줬다"고 했다. 경기도권 시청에서 근무한 김모(24)씨는 "아이디·비밀번호를 까먹지 않도록 포스트잇에 적어두거나, '자리를 비울 테니 내 자리에 와서 일하라'며 자기 자리를 내어주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은 근무처에 따라 다양한 개인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기회가 있다. 법무부에서 활용하는 시스템은 이름과 주민번호가 있으면, 혼인증명서를 조회해 이혼 경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PHIS(보건의료정보시스템)는 이름과 생년월일만 넣어도 전화번호, 주소뿐만 아니라 에이즈·임질 등 성병 검사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중(重)범죄다.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 주민등록시스템을 이용하면 로그 기록이 남지만, 누구 이름을 검색해봤는지 등 상세 업무 내용은 로그 기록만으로 알 수 없다. 서울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주무관은 "개인 정보를 조회할 때 사유도 입력하게 돼 있지만 이를 적당히 지어내서 적어도 사후 감사에서 이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할 때 과거 범죄 경력 등을 이유로 업무를 제한하지 않는다. 사회복무요원은 '원칙적으로' 개인 정보를 단독으로 직접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주빈 공범 강씨는 2017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여성의 개인 정보를 빼내고, 그 여성을 상습적으로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살고 나온 뒤에도 다시 구청에 배치됐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범죄 경력은 개인 정보라 본인 허가 없이 근무지에 자료를 제공할 수 없었다"며 "사회복무요원의 범죄 경력 제공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을 위해 병역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