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초저금리 소상공인정책자금의 연체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불경기로 생존 기반이 무너진 서민 자영업자의 현실이 금융 지표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근로자 5인 미만 소상공인에게 빌려주는 소상공인정책자금의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8.7%까지 치솟았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대출 연체율(0.37%)의 24배, 저축은행 연체율(3.7%)의 2.4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연체율은 1.2%에 불과했다. 연체율은 계속 오르면서 작년 1월 5.9%, 올 1월 8.4%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보면 지금까지 누적된 총 1조7784억원의 소상공인정책자금 중에서 1546억원의 원금과 이자가 연체됐다. 연체 금액의 증가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3월 917억원에서 올해 3월 1546억원으로 1년 만에 68.6% 급증했다. 산자위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2017년 5월) 이후 자금 대출 규모는 7007억원에서 1조7784억원으로 2.5배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연체액은 86억6000억원에서 1546억원으로 18배 늘었다"면서 "지난 3년 새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정책자금은 영세 소상공인의 자금난을 풀어 서민 고용을 확대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서민 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 담보가 없는 소상공인도 은행에서 쉽게 초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을 선다. 연체가 생기면 국민 세금에 기반을 둔 정부 재정으로 메우게 된다.

모든 지역에서 연체율이 급등한 가운데, 지역별로 경남이 11.4%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경북이 11.1%, 광주광역시(10.8%), 울산광역시(10.4%)가 뒤를 이었다. 산자위 윤한홍 의원(미래통합당)은 "경남 지역 소진공 대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연체자"라며 "소득 주도 성장에 탈원전까지 내수 악화를 초래한 정부 정책에 코로나 악재가 겹쳐 지역 서민 경제는 붕괴 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없이 대출을 통해 버티기만 강요할 경우 빚으로 빚을 메우는 악순환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소상공인이 외환위기와 카드 사태 이후 양산된 신용불량자들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되면서 한국 경제는 물론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