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n번방’ 운영자 ‘갓갓’ 등과는 관련이 없다. 피고인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유포돼 부담스럽다. 또 ‘구형량이 많다, 적다’고 언론에서 문제를 삼는 과정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동영상 공유방을 운영하고 유통한 혐의로 기소된 ‘와치맨’ 전모(38)씨에 대해 검찰이 변론재개를 신청한 이후 첫 공판이 6일 열렸다. 검찰은 지난달 재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후 ‘n번방’과 ‘박사’ 조주빈(25) 등의 사건이 터지고 ‘솜방망이 처벌’ 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자 법원에 요청해 변론을 재개했다.

지난달 25일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전씨는 카키색 수의 차림, 귀를 덮은 더벅머리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입장했다. 특히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취재기자는 물론 여성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방청했다. 일부 기자들은 바닥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취재에 나섰다. 이날은 그가 감시자(와치맨)이 아니라 감시를 받는 입장이 됐다.

전씨측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단체대화방 링크 게시는 잘못이다. 하지만 이외에는 일체 관여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전씨는 “저로 인해 가족과 지인들이 피해를 받고 고통을 받는 것은 못 참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전씨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고담방’에서 성 착취물을 공유하고 음란물 헤비 업로더인 ‘키로이’, ‘체스터’가 개설한 대화방의 링크를 게시하는 등 약 1만 건의 음란물을 전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에는 아동·청소년의 신체 부위가 노출된 나체사진과 동영상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조주빈과 달리 직접 성 착취물 제작에 나섰거나 이를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취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변론재개 배경에 대해 “다른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과의 관련성, 공범 여부, 가상화폐 등 운영 수익 등 추가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 수사에서 다른 혐의를 포착했는 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전씨의 추가 수익금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재판부에 금융거래정보 제출 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씨 측은 언론이 과다하게 문제를 삼고, 검찰이 동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씨 변호인은 “이미 검찰이 기소한 혐의에 대해 모두 인정했고, 이외의 추가 혐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거래 정보를 제출하라는 것은 공소 제기 이후에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언론에 보도됐다고 다시 밝혀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청석의 여성 청중들은 전씨측의 이 같은 주장에 여러 차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날 재판이 끝나자 한 여성 방청객은 “순간 욕을 내뱉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고 했다. 또 “본인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고, 와치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여성들의 삶은 생각도 안하느냐”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