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가 최근 투자 실패에 이어 고위직 줄사퇴로 휘청이고 있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비전펀드 런던 지역 파트너인 캐롤라이나 브로차도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로차도는 지난달 고위직인 파트너로 승진하고 지난달 31일 회사로부터 보너스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비전펀드에 합류한 브로차도는 지난 2월 브라질 피트니스 스타트업 짐패스와 영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해복스에 각각 10억달러(1조2360억원) 투자를 추진했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직원은 “브로차도는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비전펀드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투자 펀드로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엔 투자 실패로 허덕이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상장 실패 이후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지분 상당수를 손실 처리했다. 1080억달러 규모로 예정됐던 2차 비전펀드는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전펀드를 이끌던 핵심 임원들마저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손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10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 비전 펀드의 미국 내 투자를 맡았던 마이클 로넨 파트너가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데이비드 테브논 파트너, 미셸 혼 최고인사책임자(CPO) 등 고위직들도 최근 비전펀드를 떠났다.


손정의 회장은 연간 수십조원씩 전 세계 벤처 기업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쇼크에 손 회장은 지난달 23일 소프트뱅크그룹의 보유 자산 4조5000억엔(약 50조9900억원)어치를 매각하는 긴급 처방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최대 4조5000억엔의 자산을 팔아, 자사주 매입에 2조엔을 쓰고 나머지는 부채 상환 등 재무 안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달 초에도 보유 현금 5000억엔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중국 알리바바,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스프린트, 영국 ARM 등 세계 주요 기업의 주식을 포함해 27조엔(약307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이 주도하는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1·2호가 각각 10조엔 규모다. 47조엔이란 돈으로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싹쓸이하다시피 인수하는 게 손정의 식(式) 투자였다. 자회사만 1140여 개에 이르는 손정의 제국이 건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