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자금 지원을 받기로 한 두산중공업에 대해 채권단이 강도 높은 관리에 들어갔다. 산은과 수은은 3일 "1조원 자금을 투입하면서 두산중공업에 각 1명씩 경영자문역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국내 재계 순위 15위인 두산그룹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두산그룹 전체가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로서 계열사들을 지탱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우량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두산이 두산중공업 지분 44.9%를 갖고, 두산중공업은 그룹 내 '알짜 회사'로 통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3%를 보유하는 수직 구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4일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가 지주회사인 ㈜두산뿐 아니라 자회사인 인프라코어나 손자회사인 밥캣으로 전이될 경우 이들 계열사의 신용도도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과 재계에선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대해 사실상 기업구조조정 돌입 전 단계로 보고 대응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은은 최근 두산중공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팀장을 기업구조조정 담당자에게 맡겼다. 산은 역시 구조조정본부 산하에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을 신설하면서 기업금융실에 있던 두산 담당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면서 자구안을 요청했다. 두산은 우선 전체 계열사 임원의 임금 30% 반납 계획을 밝혔지만, 채권단은 오너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더 강력한 대응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달 말이나 5월 초에 두산중공업이 자구안을 제출하면 정밀 실사를 한 뒤 적정성을 판단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핵심 수익원이던 원전 사업이 탈(脫)원전 정책으로 붕괴되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4952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지원도 두산중공업의 재무를 악화시킨 요인이었다. 2013년 자회사 두산건설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 등으로 자금난에 빠지자,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지난해 12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현재로선 두산중공업의 자금난이 해소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10조원 규모의 미래 매출이 사라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은 4조9000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 등에선 유상증자와 두산건설 매각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반등하기 쉽지 않다"며 "채권단 입장에선 지원금을 최대한 회수하기 위해 오너의 사재 출연 등 더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