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총선용으로 제작한 ‘쌍둥이 유세 버스’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용 중지·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당은 “선관위가 비례 위성 정당은 허용하더니 표현의 자유만 제한하는 것은 선거 방해”라고 반발했다. 범여권 마음대로 선거법을 개정한 뒤 자기들이 위법이라고 했던 위성 정당을 창당했던 여당이 오히려 이를 단속한 선관위를 비판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지난 2일 '공동 출정식'을 하면서 선보인 쌍둥이 유세 버스.

민주당과 시민당은 지난 2일 ‘공동 출정식’에서 숫자 1과 5를 새긴 쌍둥이 유세 버스를 선보였다. 쌍둥이 버스는 당명(黨名)만 ‘민주당’과 ‘시민당’으로 바꿔 달았고 색상과 디자인, 서체가 똑같았다. 숫자 1은 민주당의 지역구 후보 기호, 숫자 5는 시민당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기호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투표 기호가 아니라) 선거일이 15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날 쌍둥이 유세 버스에 대해 “선거법 90조에 따른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중지·시정을 요구했다”며 “두 당에 버스 외벽의 1과 5를 제거해달라고 했고, 그러지 않을 경우 법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안내했다”고 했다. 선거법 90조에 따르면, 정당 업무용 자동차에는 정당명·전화번호·정책구호 등만 표시할 수 있다. 선관위가 쌍둥이 유세 버스의 1과 5를 사실상 민주당과 시민당의 선거 기호로 판단한 것이다.

선관위가 시정을 요구하자,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과 시민당 제윤경 수석대변인은 공동 논평을 통해 “선관위가 선거일을 활용해 두 당의 연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며 “변칙은 허용하고 표현만 제한하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국민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은 불허하더니 하루 만에 ‘미래한국당’ 명칭은 허용해 사상 초유의 위성 정당 출현의 길을 열어줬다”며 “선관위는 누구나 아는 같은 뿌리의 위성 정당을 탄생시켜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어놓고 공정선거라는 미명하에 표현의 자유만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선거 방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싶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