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은 주말 지나면 이제 열흘 남았다. 4·15 총선은 ‘코로나 선거’ 혹은 ‘마스크 대란 선거’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4·15 총선은 이제 ‘친(親)조국 선거냐’ 아니면 ‘반(反)조국 선거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것은 말을 바꾸면 ‘윤석열 지키기 선거냐’ 아니면 ‘윤석열 쳐내기 선거냐’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친조국 선거냐 반조국 선거냐’로 불이 붙게 된 것은 이번주 MBC 보도 때문이다. MBC는 종편방송 채널A의 법조출입인 이동재 기자가 부산 고검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 관계’였으며, 둘이서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대주주였던 이철 씨를 회유하고 압박해서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 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었다. 첫째 MBC의 보도가 신뢰할 만한지 알기 위해 그 제보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었다. 둘째 MBC가 제시한 녹취록, 즉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눈 것처럼 제시됐던 그 전화 녹취록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여부였다. 한동훈 검사장은 여러 보도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표현됐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조선일보가 큰 특종을 했다. MBC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혀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고 보니 '채널A와 검찰의 유착'이 아니라 'MBC와 정권 브로커의 유착'이 아닌가 의심하기에 충분한 제보자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사회부 취재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MBC에 제보한 사람은 55세 지모씨로 알려졌다. 그런데 횡령과 사기 혐의로 복역한 사기 전과자인 이 사람은 ‘친여 브로커’이자 ‘현 정권의 골수 지지자’라는 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뉴스타파에 윤석열 총장과 검찰을 깎아내리는 제보를 일삼아 왔으며, 나꼼수 출신이자 친정부 성향인 김어준씨의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제보자 지모씨는 MBC 보도가 있기 전에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이 MBC에 제보를 한 덕분에 윤석열 검찰과 채널A가 궁지에 몰리고 대신 유시민 씨는 한 시름 놓게 될 터이니, 유시민 씨에게 술을 사달라고 해야겠다는 뜻이다.

또 제보자 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이라고 쓰는가 하면, 최강욱·황희석 열린당 후보의 사진 보여주며 "이제 둘이서 작전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말한 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이란 무슨 작전일까? 도대체 무슨 작전일까? ‘윤석열 무력화’ 작전일까? 윤석열 총장의 장모와 윤석열 총장의 아내를 끌어들여 진흙탕을 묻히려는 작전일까? 궁극적으로 ‘윤석열 제거 작전’이면서 동시에 ‘청와대의 울산 선거공작 사건을 묻어버리자는 작전’일까?

최강욱·황희석 두 사람은 조국 전 법무장관과 각별한 사이다. 반면 채널A 녹취록의 주인공이라고 저들이 주장했던 한동훈 검사장은 조국 씨 입장에서는 저승사자와 같았던 사람이다.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조국 씨의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조국 씨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조국 당시 장관이 법무부에 제일 먼저 불러다 발령을 내준 사람이다. 그러니까 최강욱·황희석 두 사람은 조국 수호대인 셈이며, 그들이 속한 열린민주당은 조국 수호 정당이 되는 것이다.

반면 한동훈 검사는 작년 하반기 ‘조국 일가의 비리 백화점’을 수사하는 실무 책임자였다. 조국 사태의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의 반부패 부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 추미애 법무장관의 ‘학살 인사’ 때 좌천성 인사를 당했던, 그러니까 쫓겨나는 인사를 당해서 부산 고검의 차장으로 내려가 있는 사람이다.

조국 씨를 중심으로 보면 최강욱·황희석은 자신의 수호천사인 셈이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염라대왕인 셈이다. 그래서 한동훈 검사장을 엮어 넣으려 했던 MBC 보도는 총선 국면을 갑자기 ‘친(親)조국 대 반(反)조국 판세’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정권 브로커’ 지모씨가 쓴 시나리오에 따라 착착 움직이는 듯 했던 MBC와 최강욱과 황희석, 그렇다면 그들이 말했던 ‘검언(檢言) 유착’의 스모킹 건에 해당하는 녹취록, 그러니까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눴다는 녹취록, 이것은 진짜일까.

일단 녹취록을 보면, 검사로 추정되는 한 인물에게 이동재 기자가 먼저 이렇게 말한다. "(이철 씨는) 징역 14년인데 더 잃을 게 있으면 (이철 씨가 추가 제보하기에) 좀 그런 부분도 있잖아요." "가족이나 와이프를 처벌하는 부분 정도는 긍정적으로 (검토)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자 검사로 추정되는 상대방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이야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우리도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 줄 수는 있어.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 되는 거니까."
MBC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취지로 보도했으며, 제보자 지모씨는 지난 2일 MBC와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그 검사장의 목소리라고 확인했다. 이렇게 말했다. "해당 검사장 목소리가 독특해 그 검사장이 맞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검사장은 "내가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채널A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간단히 성문(聲紋) 분석을 해보면 된다. 목소리에도 개인별로 무늬와 특징이 있으니 그걸 분석하면 간단히 나온다. 녹취록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자,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일지 모른다. 핵심 관건은 4·15 총선이 ‘조국과 윤석열’ 관련으로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4·15 총선은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문재인 지지자)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고자 하는 쪽의 한판 대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둘이나 만들고 둘 다 조국 수호 정당 아닙니까. 총선 뒤 합쳐서 ‘조국 대통령’ 만들기를 하겠구나, 이런 생각마저 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돌고 돌아서 4·15 총선에 달렸다. ‘희대의 파렴치범’ 소리를 듣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이번 선거가 ‘조국 지키기’ 선거가 되느냐,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는 ‘조국 단죄’의 선거가 되느냐, 이것은 4월15일 투표장에 나가는 시청자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