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규 실업자 수가 한주 만에 사상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2일 발표된 3월 넷째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664만8000건으로 전주에 이어 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신규 실업자는 3월 셋째주에 328만명을 기록하며 이전 최고치(1982년 69만5000명)의 다섯 배로 치솟았는데 그 수치가 한 주 사이 두 배로 불어났다. 2주 사이 서울시 인구에 달하는 약 1000만명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날 발표된 3월 미 정리해고는 22만3000명으로 사상 최대치에 육박했다. 이전 최대치는 닷컴 거품이 붕괴한 2002년 1월의 24만8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6.9%가 늘어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실업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실업자가 크게 불어나면 소비가 줄고 기업 실적이 악화해 해고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출 이자나 집세 등을 내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 금융회사로 위험이 번질 수도 있다.

미국 뉴올리언주의 한 거리에서 3살짜리 여자 아이가 '우리 가족은 도움이 필요해요. 무엇이라도 도움이 돼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캘리포니아·뉴욕 같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강제 영업 정지 등 초강수를 둔 대도시의 일자리는 특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뉴욕주(州) 노동국은 일주일에 통상 5만통 정도 걸려오던 실업수당 청구 전화가 3월 넷째 주엔 820만통으로 폭증했고, 이번 주 들어서는 하루에만 120만통까지 신청 전화가 몰리고 있다고 1일 전했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업체 두 곳과 식료품 체인인 딘앤델루카 등 코로나 여파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실업은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모건스탠리는 1일 "고용 시장의 가장 어두운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골드만삭스가 이날 발표한 전망도 '고용의 암흑'을 예고했다. "4월엔 수천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을 것이다." 역대 미국 실업률 최고치는 석유 파동 직후인 10.7%였는데 코로나로 이 기록 역시 깨질 가능성이 크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코로나 여파로 미국 실업자가 4700만명에 달하고 실업률은 32%로 치솟는다는 암울한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미국의 실업자 수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셧다운(영업 활동 등 강제 중단)을 4월 말까지로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 경제 타격이 중·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 고용 알선 회사 '챌린저·그래이·크리스마스'가 기업 250여개에 설문한 결과, 미국 기업 중 절반 정도인 49%가 앞으로 3달 안에 정리해고에 나설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중 11%는 이미 정리해고를 한 차례 마쳤다.

실업 충격은 장사를 사실상 접은 상태인 소매점부터 강타하고 있다. 점포 문 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미국 유통회사 중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급휴직 돌입을 발표하는 회사가 속출하는 중이다. 갭·바나나리퍼블릭 등 패션 브랜드를 다수 소유한 '갭 Inc'는 지난달 말 미국·캐나다 매장 직원 8만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이번 주부터 551개 백화점에 있는 직원 12만5000명 대다수가 무급 휴직을 간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 콜스(8만5000명), 속옷 체인 빅토리아시크릿(9만4000명) 등도 매장 직원의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 분석 결과 '실업 수당'을 검색하는 이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업이 이처럼 불어나자 미 정부는 실업 수당을 올려주는 등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중이다. 지난달 말 통과된 경기부양책에 따라 미국의 주간 실업 수당은 기존의 385달러에서 985달러로 인상됐다. 미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추가 실업 수당에 2500억달러(약 307조원)가 투입되리라고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