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팀과 일본의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4강전이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알 가라파 구장에서 열렸다. 박지성이 일본 가가와와 볼을 다투고 있다. 도하(카타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윤진만 박찬준 기자]'아니, 박지성이 3위? 이게 말이 돼?'.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28일 스페인 매체 '피챠헤스' 기사를 접한 다수 팬의 댓글이다. '아시아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5인'을 선정 발표한 이 순위에서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퇴)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레알 사라고사)에게 2위를 내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 '공신력이 있는 언론사냐' '차범근은 대체 어디 갔냐'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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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맨유에서 벤치만 달궜는데, 3위면 엄청 높게 쳐준 거다', '박지성이 주전인 적이 없지만, 가가와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붙박이 주전, 에이스였다'며 가가와가 2위를 할 만한 커리어를 쌓았다고 보는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1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일단 차치하고, 두 선수 중 누가 더 높은 순위에 올라야 마땅한지를 '볼만찬기자들'(스포츠조선 해외축구 전문 방송)의 윤진만 기자(이하 만)와 박찬준 기자(이하 찬)가 집중적으로 다뤄봤다.

◇알렉스 퍼거슨X박지성.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진만 박찬준 기자

◇위르겐 클롭X가가와 신지.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된 상태에서 한국, 일본 기자들에게 '떡밥'을 던져준 것 같다. 고맙다.(웃음)

찬=고맙긴 한데, 결과가 말도 안 된다! 손세이셔널(손흥민)이랑 캡틴 팍(박지성) 중 누가 더 나은가로 싸워도 시원찮을 판이다. 가가와가 박지성보다 위라니? 위라니!

만=오늘 용기 한번 내보겠다. 이 순위가 말이 안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2위와 3위가 바뀌어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찬=그래도 박지성인데?

만=평소 가가와를 높이 평가했다.

찬=오랜만에 활활 타오른다. 일단, 대표팀 경력 다 빼고 유럽 커리어로만 따져보자. 박지성은 뭐, 설명이 필요할까. 한국땅에 해외축구를 뿌리내린 '해버지'(해외축구 아버지) 아닌가. J리그 교토퍼플상가에서 프로 생활 시작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유럽에 진출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PSV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다소 부진했지만, 히딩크 감독의 배려 속에 2004~2005시즌 마침내 기량을 폭발한다. 특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하드캐리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AC밀란전 골 다들 기억하실 거다. 그 활약을 인상 깊게 본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의 제안을 받고 2005년 맨유로 이적한다. 당시 맨유는 지금 '맹구' 소리를 듣는 맨유와는 차원이 다른 슈퍼클럽이었다. 그런 맨유에서 7시즌 동산 205경기에서 27골을 넣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무릎 부상 여파로 2014년 친정팀 PSV에서 은퇴한다. 어떤가?

만=어쩌다 가가와 대변인 프레임에 갇히게 됐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가가와 한번 밀어보겠다. 가가와는 박지성과 달리 나카타 히데토시, 나카무라 슌스케라는 뿌리가 어느 정도 박힌 상태에서 유럽 진출했다. 2010년 세레소 오사카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할 때 이적료가 35만유로다. 요즘 스타들의 주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이적해 첫 시즌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시즌 리그 8골, 두 번째 시즌 리그 13골을 폭발하며 독일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위르겐 클롭 감독(현 리버풀)과 함께 분데스리가 2연패 달성에 이바지했다. 이때 활약을 토대로 도르트문트로 이적할 때 이적료의 약 40배인 1200만파운드에 맨유로 입단했다. 박지성 이적료의 두 배가 넘을 것이다. 맨유에서 보낸 2시즌은 실패라고 볼 여지가. (찬=그냥 실패다. 실.패) 아무튼 다시 도르트문트로 돌아와 2015~2016시즌 9골 7도움을 올리며 분데스리가 올해의 팀에 뽑히며 반등에 성공했다. 베식타시 임대를 거쳐 현재는 스페인 2부 레알 사라고사로 이적해 활약 중이다.

찬=좋다. 그럼 트로피로 이야기 나눠보자. 감당할 수 있겠나?

만=(절레절레)트로피는 하지마….

찬=에레디비지에 우승 1번, 네덜란드 FA컵 우승 1번, 요한 크루이프 실드 우승 1번, EPL 우승 4번, 준우승 3번, EPL 커리어 내내 1위 아니면 2위를 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준우승 2번, 리그컵 우승 3번, 클럽월드컵 우승 1번, 커뮤니티실드 우승 4번. 아우 숨차~.

만=박지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분데스리가 우승 2번, DFB포칼 우승 2번, EPL 우승 1번. 일본인 유럽파 중에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적어도 트로피 부문에선 1위인 손흥민보단 낫다.

찬=여기까지 봐도 당연히 박지성이 우위 아닌가? 더 해야 돼?

만=팀내 위상도 따져 봐야지. 박지성은 맨유에서 소금같은 존재였다. 언성 히어로였다. 박지성은 오프 더 볼에서 뛰어난 능력 발휘했다면, 가가와는 온 더 볼 상황에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클롭 감독이 부임 3년차에 헤비메탈 축구로 리그 우승을 거둔다. 마리오 괴체가 에이스 노릇을 할 때인데, 그런 팀에서도 가가와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찬=당시 가가와가 에이스였던 것은 인정) 클롭 감독이 '가가와, 네가 있어 우리 팀이 분데스리가 2연패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하지 않았나. 2년차때는 더 폭발한다. 독일 매체 '키커'가 선정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월드클래스로 뽑힌다. 아시아 선수가 월드클래스로 분류된 건 1980년 차범근 이후로 처음이다.

찬=가가와가 잘했다는 건 알겠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에이스였던 적은 없지만, 맨유와 도르트문트 스쿼드 자체가 달랐다. 그때 맨유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등이 뛰었다. 주전이 아니었다고 평가절하할 이유가 없다. 경기력 얘기하는데, 박지성 정말 잘했다. 축구도사였다. AC밀란, 첼시전과 같이 빅경기마다 잘했다. 가가와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역사에 없는 포지션 만들어냈다. 기록이 조금 부족하지만, EPL 톱급 선수였다는 점 얘기하고 싶다.

만=능력치를 보자. 조금 더 육각형에 가까운 선수는 가가와다. 체력, 수비가담, 빅게임 활약도 등에선 박지성이 앞설 수 있지만, 축구센스, 볼터치, 박스 안 움직임, 마무리 패스 등에선 가가와가 낫다고 본다. 그 전까지 아시아 선수가 에이스처럼 팀을 끌고 간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도르트문트 시절 가가와는 스페인 정상급 미드필더처럼 보였다.

찬=끈질기네. 이 논쟁을 그만 끝내겠다. 그렇게 잘한다면서 왜 맨유에선 실패한 건가?

만=다 퍼거슨 때문이다. 2012년 영입할 당시 감독이 퍼거슨이다. '가가와 나와 함께 해보자'고 했을텐데, 그때 만약 '1년 뒤 내가 떠나긴 할 거야. 그래도 같이 할래?'라고 했다면 가가와도 고민했을 거다. 입단 첫 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에서 해트트릭 기록하고, 일본인 최초로 EPL 우승하는 등 아주 나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 최종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것도 가가와였다. 알다시피 2013년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부임했다. 같은 포지션에 마루앙 펠라이니가 들어오고 전술, 라커룸 분위기, 영입정책 등이 바뀌며 혼란기가 시작됐다. 박지성이 입단한지 1년만에 퍼거슨 감독이 나갔다면 지금과 같은 커리어를 쌓았을까? 상황 자체가 달랐다.

찬=박지성이라면, 윙백으로라도 잘했을 것 같다ㅋㅋ.(만=애슐리 영처럼?ㅋㅋ) 모예스 시절 맨유는 한 경기에 몇십 개의 크로스를 날리고 그랬는데, 그런 팀에서도 전술적으로 녹아들었을 거다. 박지성에게 손흥민과 같은 생산력은 없지만, 그래도 개인 퍼포먼스도 좋았다. PSV 마지막 시즌과 맨유 첫 시즌에는 돌파력 장난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이 잘 써먹은 것도 있지만, 박지성 정도의 개인 능력이라면 어느 빅클럽에서라도 좋은 능력 보였을 것이다.

만=결론 내보자. 그럼 박지성이 적어도 2위는 해야 한다?

찬=당연하다.

만=그럼 개인자격으로 박지성에게 2위를 주겠다.(찬=뭐야ㅋㅋ) 2~3위를 다툴만한 임팩트를 보였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 친가가와가 됐다.

찬=가가와도 좋은 선수인 건 맞다. 아마도 한 시즌 활약만을 놓고 따질 때는 가가와가 더 나을 수 있다.

찬=논쟁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가 한 번 아시아 역대 최고의 유럽파 TOP 5를 뽑아보자. 나는 차범근-손흥민-박지성-나카타-샤츠키흐. 가가와는 6~7등 정도다.

만=내 순위에는 반전이 있다. 1위는 박지성. 그다음은 차붐-손흥민-나카타-기성용. 가가와는 6위다. 나카타보단 떨어지는 것 같고, 10년 넘게 꾸준했던 기성용을 넣다 보니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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