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시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가 철회한 공약은 '전 국민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외에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거나, 총선에 나서는 한 정당의 대표 공약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시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더불어시민당'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문재인 정부 대북(對北)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했다.

시장 상인과 팔뚝 인사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신발 도매상가에서 상인과 팔뚝을 부딪치는 '코로나식 인사'를 하고 있다.

시민당이 밝힌 대표 공약 10개 중 둘째는 '무(無)본드 무라벨 페트병 100% 재활용'이다. 시민당은 "페트병 남용이 전 세계 생태계를 파멸시키고 있다"며 페트병 제작에 본드와 라벨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시민당은 셋째 공약으로 "전국의 235개 120만t 쓰레기 산을 100% 제거하겠다"며 "국가적 수치이고 행정 실패의 산물인 쓰레기 산을 1년 내에 모조리 제거하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 예산 2000억원을 초기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시민당은 다섯째 공약에 "미래 사회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데이터 배당'"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공유 기금'을 조성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주식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시가총액의 1%씩을 환수"한다고 밝혔다. 시민당은 또 검찰의 대통령 인사권 행사 방해 사건에 대한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통령 인사권 행사 방해'였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탄소세, 핵발전 위험세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시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배치되는 '한반도 이웃 국가'를 열번째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을 한 나라가 아닌 한반도에 위치한 '국제 사회의 일원이자 이웃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대북 유화책을 펴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에는 모든 수단으로 총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 행동에 비례해 대응하고, 현재의 안보 훈련 이상도 가능함을 밝히며 대화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고 했다.

공개된 공약이 논란이 되자 시민당은 입장문을 통해 "최종 공약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민당 관계자는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면서 여러 구성원의 공약을 기계적으로 취합만 해놓았는데, 선관위에 서둘러 공약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가 이걸 그냥 제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선관위에도 등재된 공약집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당 내부에서는 "우리 공약이 맞는다" "왜 삭제하느냐"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용으로 급조한 위성 정당이 얼마나 부실하게 굴러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래통합당 정연국 대변인은 "조국 구하기 급조 정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졸속 정당의 졸속 정책이 졸속 철회된 것"이라고 했다. 시민당과 '친문(親文) 정통성' 대결을 벌이는 열린민주당도 가세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시민당의 '한반도 이웃 국가' 정책은 헌법 위반이고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이게 정녕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려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