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9~70)= 박정환이 지난 1월 말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연초 라이벌 커제를 일축, 하세배 우승컵을 안고 돌아오는 등 7연승을 질주하던 그가 갑자기 4연패 포함, 1승 6패의 나락에 빠져들었던 것. 2연패조차 드물던 최고수의 연속 추락에 코로나 사태와 연관짓는 분석까지 나오다가, 이후 정상 페이스를 되찾으면서 잠잠해졌다.

59는 정수. 참고 1도 1로 늘고 싶지만 8까지 눌리면 중앙 주도권을 빼앗기게 돼 좋지 않다. 60도 이 한 수라고 할 만한 곳이다. '가'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61, 63으로 조여붙였고 64까지 일단락됐다. 흑의 차단 공격에 백이 잘 타개하면서 팽팽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64 때 65로 기댄 수는 좀 투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65로는 바로 67 자리로 뛰고, 백이 66으로 받을 때 '나'에 뛰어들어 좌변을 깨는 발 빠른 행마가 경쾌했다는 것. 신진서가 기대한 것은 참고 2도였으나 박정환이 손을 빼고 젖혀 끊어간 68, 70이 흑의 의표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