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70만명을 넘어서자 일본이 문을 걸어 잠그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31일 한국·미국·중국과 영국 등 40여 국가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거부하는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거쳐 이를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침이 실시되면 2주 내 대상 국가에서 체류한 경력이 있는 외국인들은 일본 입국이 전면 금지된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미국·중국 등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해 2주간 자택 또는 호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조치만 취해 왔다. 다만 한국의 대구와 경북 청도, 중국의 후베이성(湖北省)과 저장성(浙江省)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은 금지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최근 감염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해서만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한국·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가 취해질 경우, 한국의 비즈니스맨, 유학생 등은 아예 일본에 입국할 수 없게 돼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사실상 '쇄국(鎖國) 정책'으로 급선회한 것은 일본의 상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30일 현재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포함한 일본 전체의 감염자는 2578명. 감염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선 많지 않지만, 지난 28~29일 주말에만 300명 넘게 신규 환자가 발생하면서 폭증할 조짐을 보여 일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도쿄의 유력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비공개리에 코로나 바이러스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순식간에 30배 이상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밝힌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베 내각 내부에서는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일부 이론이 있었으나 '외교는 외교, 방역은 방역'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번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에 대한 입국 거부 조치가 미·일 관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이를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와 함께 일본 외무성은 미국 ·영국 등에 대한 감염증 위험 정보를 '레벨 3'으로 올려 자국민의 방문 중지를 권고하기로 했다.
일본이 한국·미국·중국 등 국가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전면 거부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당장 맞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4월 1일 0시부터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을 2주 동안 의무 격리하고, 국내 거주지가 없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시설 격리 비용을 부담시키기로 한 상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우리도 4월 1일 0시부터 강화된 입국 규제를 실시한다"며 "현재로서는 그 틀로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 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당장 전면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