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배신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고현석 옮김 아르테|492쪽|2만8000원

"앉아 있기라는 질병은 침묵의 살인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2018년 '최고의 과학책'으로 선정한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영문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의자가 보편화되면서 인류의 건강이 얼마나 위협받게 됐는지 추적한다.

현대인은 일주일에 약 70~100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수면시간보다 길다. '앉아 있기'가 유발하는 대표적 질병은 요통이다. 요통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움직이지 않고 뻣뻣하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인의 약 80%는 살면서 한 번쯤은 요통을 앓는다"고 말한다.

일할 때도, 쉴 때도 의자에 앉는 것이 우리에겐 자연스럽지만, 인류는 사실 200만년 이상 동안 의자에 앉은 적이 없었다. 의자가 흔한 가구가 된 것은 근대 초기에 이르러서다. 수천 년 동안 의자는 왕이나 제사장 같은 이에게만 허락된 권위의 상징이었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 이후 의자는 인류의 삶을 파고 들어온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19세기에 빠르게 확산된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아'에는 의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 소설 '황폐한 집'에는 의자로 가득 찬 창고가 등장한다. 1960년 틀에 찍어내는 플라스틱 의자의 발명은 의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500억개가 넘는 의자가 존재한다.

의자에 앉아 일하고 있는 여성. 저자는 “앉아서 일하는 45~64세 사람들은 앉아서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은퇴 후 요양원에 들어갈 확률이 40% 높다”고 말한다.

19세기 이전 문학 작품에는 등장인물이 허리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기 수많은 산업 소설에서 노동자들은 창백하고, 마르고, 파리하고, 허리가 굽은 사람들로 묘사된다. "18~19세기 공장에서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일하던 사람들은 한자리에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인간도 마치 기계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20세기 들어 사무실 건물이 이전의 공장 자리를 차지했다. 안전해 보이는 사무실 생활엔 19세기 공장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했던 것보다 적지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쿠션에 기대서 두 시간만 앉아 있어도 혈당이 떨어지며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2010년 미국 암학회 연구에 따르면 하루 여섯 시간 이상 앉아 지내는 여성은 하루 세 시간 이하로 앉아 있는 여성에 비해 사망 확률이 94% 높았다.

사무직 노동자들 간에 '서서 일하는 책상'이 유행이다. 그렇지만 호주 커틴대학 연구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서서 일하는 책상을 사용하면 허리 아래쪽과 다리뼈에서 통증이 '상당히 많이' 증가한다. "온종일 자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책상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하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일주일에 40~50시간을 한곳에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걷기는 기적의 치료제다. 그러나 쿠션이 있는 신발은 발의 아치를 망가뜨리며, 규칙적인 보폭의 1만보 걷기는 굳어진 우리 몸을 변화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오늘날 우리는 1만보 걷기와 나이키 에어맥스 운동화에 집착하고 있다. 우리 몸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건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현대 생활에서 움직임을 먹거리라고 한다면 우리는 굶주려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야외로 나가 햇살을 쬐며 비타민 D를 생성하고, 좀 더 자주 맨발로 활동하라”고 조언한다. 그 쉬운 일을 해내기 힘든 요즘, 저자의 또 다른 조언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스쾃 자세를 배워라. 쪼그려 앉기는 엉덩이와 등 아랫부분을 펼 수 있는 매우 좋은 자세다.” 과학적인 내용을 문학적으로 서술해 가독성이 높은 책. 읽다 보면 절로 일어나 몸을 움직이게 된다. 원제 Primate 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