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정책의 '나비효과'는 비단 두산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에서부터 발전 관련 부품을 만드는 중소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 전반이 사실상 붕괴됐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1조2765억원의 영업 적자를 거뒀다.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에 허덕이던 2008년(2조8000억원)에 이어 역대 둘째로 큰 적자다. 한전은 2016년만 해도 10조원 넘는 흑자를 내던 우량 공기업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부실기업이 됐다. 정부는 기후·환경 관련 비용 증가, 국제 유가 상승 등을 요인으로 꼽지만 탈원전 정책의 직간접적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2017년 8453억원 흑자였던 손익이 2018년 137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전KPS·한전산업개발 등 관련 협력사들도 대부분 적자를 거두고 있다.

원전 생태계에 몸담고 있던 민간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협력 업체의 신규 납품 계약 건수가 1105건으로 2016년(2836건)에 비해 61% 급감했다. 협력 업체 수 역시 325곳에서 219곳으로 33% 줄었다.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협력사 중 신규 일감을 수주한 기업의 수는 2016년 87곳에서 지난해 57곳으로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지난해 2월, 경남 원전 부품 생산 중소기업 85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85.7%가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에 처했다고 답했다. 올해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탈원전 정책 기조가 그대로인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충격까지 더해졌으니 업체들의 사정은 더 나빠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