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창립한 GC녹십자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심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독감 백신 등 필수의약품을 국산화한 GC녹십자의 지난 반세기 역사는 국내 제약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 1960년대부터 쌓아올린 면역학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B형간염·수두·독감 백신 등을 개발해 '백신 명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탄생한 '헤파박스'와 '한타박스'

GC녹십자는 일본뇌염 백신과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시작으로 백신 사업에 매진했다. 12년간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1983년 순수 국내 기술을 사용한 B형간염 백신 '헤파박스'를 선보였다. 이후 더 많은 국민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헤파박스 가격을 기존 수입 제품의 3분의 1가량 싸게 공급했다. 헤파박스는 1980년대 13%에 달하던 국내 B형간염 보균율을 선진국 수준인 2~3%로 줄였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70여 개국에 수출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접종된 B형간염 백신'으로 기록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견 제약기업이었던 GC녹십자는 헤파박스를 통해 국내 제약업계의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GC녹십자는 헤파박스로 얻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1984년 국내 제1호 순수 민간연구법인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구 목암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GC녹십자는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를 개발해 1990년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사망률이 5~7%에 이르던 유행성출혈열은 선진국에서도 수년간 백신 개발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한 질병이다. 국내 연구진이 1976년 한탄강 주변에 서식하는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백신 개발 연구가 시작됐다. 한타박스는 병원체 분리에서 개발까지 순수 국내기술로 이뤄져 국내 의약품 개발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두 백신 '수두박스'와 팬데믹에 맞선 '그린플루'

1988년에는 수두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는 높은 사용료를 내야 하는 글로벌제약사의 수두 백신만 있던 상황이었다. GC녹십자는 1993년 6월 자체기술로 세계 두 번째 수두 백신인 '수두박스'를 개발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수두박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두 백신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빠르게 수입품을 대체했다. 지난 2월에는 품질과 생산성을 높인 수두 백신 '배리셀라'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배리셀라는 생바이러스 함유량을 높이고 제품 안정성을 개선한 제품이다. 향후 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거쳐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필수예방 백신의 국산화를 향한 GC녹십자의 노력은 독감 백신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2005년 GC녹십자는 정부 주관 '독감백신원료 생산기반 구축사업'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독감 및 기초백신 원액생산시설 등을 갖춘 공장을 전남 화순 지방산업단지에 건설했다. GC녹십자 화순공장은 계절 독감 백신,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일본뇌염 백신 등의 생산시설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신 전문 생산시설이다. 화순공장 준공을 앞둔 2009년 4월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신종플루)가 유행하며 47개국 수만 명이 감염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졌다. 곧장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선 GC녹십자는 같은 해 9월 세계 여덟 번째로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인 '그린플루'를 개발하고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그린플루 전량을 국내에 공급해 전 국민의 35%인 1700여만 명이 백신을 접종받았다.

◇국내 1위 독감 백신 '지씨플루'

신종플루 사태를 겪은 GC녹십자는 독감 백신 국산화에 속도를 냈다. 2009년 독감 백신 '지씨플루'를 상용화하며 수입 백신을 대체했다. 현재까지 국내 최대 물량의 독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2012년에는 매년 다르게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고자 '4가 독감 백신' 개발에 나섰고 2016년 4가 독감 백신 '지씨플루쿼트리밸런트'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18년에는 접종 가능 연령대를 생후 6개월 이상 영유아까지 확대했다. 독감백신을 자체생산하는 국내 제조사 중 모든 연령대에서 접종이 가능한 4가 백신은 지씨플루쿼트리밸런트가 유일하다. 독감 백신 누적 생산 물량은 국내 백신 제조사 중 최초로 2억도즈를 넘어섰다(2018년 4월 기준). 현재까지 총 45개국에 독감 백신을 수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