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운정에서 동탄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가 공언한 2023년 12월 개통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GTX-A 노선 공사 사업시행자인 SG레일과 공사기간을 지난해 8월15일부터 2024년 6월29일까지로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3년 말까지 반드시 GTX-A 노선을 개통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23년 말까지 개통하겠다면서 정작 공사 기간을 공언한 개통 시점보다 6개월 뒤로 계약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을 2024년 6월까지 한 것은 맞다"면서도 "완전히 준공되기 전에 사용허가를 내서 개통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GTX-A는 지하 50m 대심도에 터널을 만들어 경기 파주 운정에서 서울역, 삼성역 등 서울 도심을 지나 경기 동탄까지 평균 시속 100㎞로 달리는 광역급행전철 노선을 놓는 사업이다. 수도권 교통난 대책으로 3조4000억원을 투입해 2018년 말 착공했다. 개통만 되면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수도권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단축돼 주변 땅값이 크게 들썩였을 정도로 국민 관심이 집중된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가 수차례 강조한 장밋빛 개통 공언이 '희망 고문'에 그칠 것이라는 신호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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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내 완공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TX-A노선이 지나는 도심 곳곳에서 “우리 땅 밑으론 안 된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가 포함된 공사 구간은 착공한 지 1년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삽도 떼지 못하고 있다. A노선이 지하로 지나갈 예정인 청담동 주민들이 “노선을 변경하라”며 반발하자, 이에 동조한 강남구청이 굴착 허가(공사 지역을 점유해 땅을 팔 수 있게 하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지연이 길어지자 SG레일은 작년 11월 강남구청을 상대로 “공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행정심판을 냈다. 그 결과는 4월이 넘어야 나오는데, 그나마 SG레일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사는 한없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GTX-A 노선에 투입될 차량도 2024년이 지나야 제대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SG레일은 GTX-A 노선에 투입할 차량을 120개를 납품받기로 현대로템과 계약했는데, 납품 기한일을 2024년 7월29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열차 제작은 2023년까지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부 인도하기까지는 2024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일부 열차를 2023년 3월까지 납품받으면 이론상 6개월간 시운전을 거쳐 9월부터 개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설사 2023년 개통되더라도 2년 넘게 '반쪽짜리 노선'으로 운행될 가능성이 크다. A노선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 개통이 2026년 2월에나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GTX 삼성역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에 들어설 예정인데, 환승센터 공사가 당초보다 4년 가까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환승센터는 GTX-A 노선 개통에 맞춰 2023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GTX 역사 설계가 최근 변경되면서 착공 시기가 예정보다 늦춰졌고, 예상 공사 기간도 48개월에서 86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삼성역이 개통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파주~서울역과 수서~동탄 구간을 분리해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부는 “예정대로 2023년 말 개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무리한 목표에 집착하면서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철도 전문가는 “2023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순탄하게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갑자기 예상 못 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 지금은 계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강남 노선에서 주민 반대 문제는 빨리 털고 갔어야 하는데, 4월 총선을 의식했는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착공 자체가 너무 늦어졌다”고 했다.

개통이 계획대로 안 된 전례도 있다. 과거 정부는 수서발 고속철(SRT) 건설 당시에도 2014년 말 개통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구간 터널에서 크랙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서 수차례 개통 시기를 연기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개통 시기가 2년이나 지연돼 2016년 말에서야 개통할 수 있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중인 일반·광역철도 사업 27개 중 20개는 사업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 그런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목표를 늦추면 오히려 사업 진행이 느슨해질 수 있다. 최대한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