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는 잘 알아. 그래도 엄마한테 전화할 시간은 있을 거 아냐. 엄마가 (형) 소식을 듣고 싶어해" (쿠오모 앵커)
"엄마한테 전화했어. 엄마가 뭐랬는지 알아? 내가 제일 예뻐하는 자식이고, 너는 두번째래" (쿠오모 주지사)
다 큰 성인들이 사석에서 나누기에도 민망할 듯한 대화가 지난 17일 CNN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대화를 나눈 인물은 앤드류 쿠오모(62) 뉴욕 주지사와 CNN에서 '쿠오모 프라임 타임' 코너를 진행하는 크리스 쿠오모(49) 앵커다. 최근 쿠오모 형제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각각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성공한 두 유명 인사가 뜻하지 않게 '국민 개그맨 콤비'로 떠오르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둘의 말싸움은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동생의 프로그램에 두 번째로 출연한 쿠오모 주지사는 쿠오모 앵커가 "이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해서 고맙다"고 하자, 무표정한 얼굴로 "엄마가 나가라고 했어"라고 답변해 먼저 기승을 제압했다.
둘의 아옹다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쿠오모 앵커가 뉴욕의 코로나 발생 현황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쿠오모 주지사의 말을 잠깐 끊으면서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라고 하자, 쿠오모 주지사는 "그럼 안 끊으면 될 거 아니냐. 미안하면 내 말 끊지 마"라고 응수했다. 살짝 발끈한 앵커가 "형은 아버지로부터 밀어 붙이는 재능을 물려 받았지"라고 공격하자, 주지사는 "아, 너는 안 그렇고?"라고 답했다. 둘의 부친은 2015년 세상을 떠난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다.
프로그램 후반부에 둘은 일순간 형제애를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쿠오모 주지사에 대해 쿠오모 앵커가 "나는 언제나 형처럼 되고 싶었어. 사랑해"라고 말하자, 주지사는 "그렇지 않아. 네가 나보다 훨씬 더 나아. 네가 자랑스러워"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훈훈한 장면은 오래 가지 않았다. 쿠오모 앵커가 "아냐, 내가 형보다 나은 건 농구 밖에 없어.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지. 앤드류는 정말 훌륭한 역량을 지녔고 모든 면에서 축복 받은 아이지만, 걔 손은 마치 바나나 (다발)라도 되는 양 공을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말이야"라고 도발했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발끈하며 "그건 거짓말이다. 돈 내기를 해도 좋아. 그러면 내가 돈을 차지하고 네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라고 응수했다.
방송이 끝난 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우울한 시국에 쿠오모 형제의 '코미디쇼'를 정기 방송해야 한다는 제안마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주 큰 즐거움을 안겨줬던 형제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인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사진 왼쪽)와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형제

/뉴욕=오윤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