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간 얼굴에 새침한 미소를 띠던 김희재(25)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서서히 리듬을 타는 골반.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에 맞춰 발끝부터 눈썹까지 춤을 춘다. 김희재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을 통해 무대 뒤에선 '조신 희재'로, 무대에만 오르면 끼 폭발하는 '춤희재' '희욘세'로 180도 변신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며 최종 7위에 올랐다.

"군인 신분이어서 아무래도 말 대신 묵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다른 출연진 노래가 끝나면 일어나 경의를 표한다든지 조용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제 마음껏 폭발시킬 참이다. "무대만 보이면 제 안의 피가 끓는점을 지나는 것 같아요. 절로 엉덩이가 들썩이니 말이지요."

김희재가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 무대에서 '잃어버린 정'을 열창하고 있다.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다시 수줍게 미소 지으며 또박또박 말한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도 정말 해보고 싶고…. 예인(藝人)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제 DNA에 새겨져 있던 것 같아요." 그간 군인 신분에서 지난 17일 제대해 '민간인'으로 돌아왔으니 잠시 가뒀던 끼를 마음껏 터뜨리겠다는 것이다.

뒤늦게 방송을 통해 알려졌지만 그의 이모는 '돌리도'로 유명한 가수 서지오. '신동부'에서 '울산 이미자'로 등장하며 처음부터 주목받았던 김희재가 101인 예선에 불러 '올하트'를 기록한 노래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가수 준비도 잠깐 했지만 역시 트로트의 피는 숨길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못다 이루신 가수의 꿈을 꼭 이뤄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결승 인생 곡으로 택했던 김수희 선생님의 '잃어버린 정'은 아버지가 평생 노래를 연모하셨지만 가족 반대로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이 생각나서 더욱 목 놓아 불렀던 것 같아요. 제게 트로트의 맛을 알려준 노래이기도 하고요."

그가 최고의 무대로 꼽는 '사랑은 어디에'는 가장 최악의 컨디션에서 이뤄낸 무대이기에 더욱 애달프다. 원곡에서 무려 4키를 올려 김희재만의 목소리를 더욱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에선 항상 자신감이 있었어요. 가장 많이 준비도 했고요. 리허설 때 키를 낮출까 제작진 회의도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컨디션 난조로 더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아쉽기만 하지요." 해군 군악대원들이 개인 시간까지 할애해 연습을 도와준 것도 잊지 못할 감사다. 어쩌면 경쟁자일 수 있는 미스터트롯 동료들이 자기 몸처럼 아껴주는 모습에 경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한 계기도 됐다.

해군 병장으로 참가했던 경연이어서 팬 반응을 바로 알긴 어려웠지만, 한 통의 쪽지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사랑받았나' 하며 눈물 흘린 적 있다고 했다.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생각마저 했지만 김희재가 웃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나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팬이었다.

"그분과 평생 얼굴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을 텐데,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니 저부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인생을 오래 살진 못했지만 트로트 가사를 곱씹다 보면 애환과 희열에 울다 웃다 하게 되거든요.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한 이 감정을 모두가 느끼실 수 있게 '민간인 희재'는 이제부터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