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씨의 정치 성향을 놓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문·반문 네티즌 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친문 네티즌들은 “조씨는 일베 이용자이자 미래통합당 지지자”라고, 반문 네티즌들은 “조씨는 대깨문(극성 대통령 지지자)”이라고 서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한 주범으로 지목된 조주빈(25)씨가 봉사활동을 가서 찍은 사진

친문 측 근거는 조씨의 채팅 말투다. 한 방송사에서 ‘박사방 대화’라며 보여준 휴대전화 캡처화면에 일베 특유의 말투인 ‘~했노’라는 표현이 한번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평소 여성에게 적대적이었던 일베의 분위기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반면 반문 측은 ‘대학 학보사 편집장’이었던 조씨 이력에 초점을 맞춘다. 조씨가 다닌 대학의 학보사가 2016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 시국 선언’에 참여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당시 전·현직 대학 학보사 기자들 477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는데, 여기에 조씨 학교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명단에서 조씨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 9일 단체대화방에 남긴 글

‘박사방’에 대한 보도가 시작된 후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텔레그램에 남긴 글도 한 언론사에 의해 보도됐다. 이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9일 ‘망상글에 국민이 속을 걸 생각하니(…)’라며 ‘문재인 대통령님이 공정 사회를 만들어주실거라 믿습니다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글을 썼다.

23일 저녁 조씨의 신원이 공개된 이후부터는 온라인에 조씨의 지인임을 자처하는 글들이 커뮤니티마다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각각 “원래 진보 성향이다. 일베는 사실 무근” “고교 동창인데 원래 일베가 맞다”며 엇갈린 증언을 하고 있다.

한편, 조씨가 학보사 편집국장을 지내며 과거에 쓴 기사들도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신이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수능 한국사 시험에서 절반 이상 틀렸던 사실을 고백하며 ‘남몰래 침대에서 제발 시간을 돌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는 경험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준비한 학보에도 오류가 있지만 ‘이 또한 위안 삼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썼다.

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강연을 실시했다며 ‘안전한 전문대학 -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학교의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썼다. 학교와 인천 내 경찰서의 관학협력 캠페인을 소개하며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강연을 실시, 교내 안전을 위해 학교 측이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조씨가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장애인을 돕는 봉사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사실도 알려졌다. 조씨가 활동한 봉사단체에 따르면, 조씨는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던 2017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개월간,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두 차례 이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부팀장까지 맡아 직접 연말 행사를 챙기고, 보육원 봉사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년 11월 보육원 연말 운동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는 “보육원 아이들과 형과 동생, 오빠와 동생이 돼 편안히 즐길 수 있었고, 앞으로도 봉사를 삶의 일부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해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