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EBS)이 23일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온라인 'EBS 2주 라이브 특강'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이날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이 고화질 영상 시청의 경우 40만명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인원이 이날 오전에 몰린 것이다. 540만명에 달하는 전국 초·중·고교생의 10분의 1도 동시에 접속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개학이 8주일 연기돼 '휴업 3단계'에 접어들 경우 교육부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 등을 한다는 계획인데, 교육계에선 이런 상태로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학들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접속 혼란 등보다 더 큰 파행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EBS "시스템 해결 어려운 상황"
23일 EBS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서버가 다운돼 수 시간 접속 장애가 생겼다. 홈페이지 일부 기능은 작동했지만 라이브 특강 동영상을 시청할 수 없었다. EBS는 9시 50분쯤 'EBS 2주 라이브 특강은 유튜브를 통하여 시청 가능하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이마저도 접속 오류로 확인하지 못한 학생이 많았다. 일부는 접속 장애로 EBS 홈페이지에서 특강 교재를 내려받지 못해 교재 없이 유튜브로 영상만 시청했다. 이날 EBS 홈페이지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업이 끝난 오후 1시쯤부터 정상적인 접속이 가능해졌다. 이번 EBS 실시간 강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국 학교 개학일이 다음 달 6일로 미뤄지면서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편성한 것이다. 다음 달 3일까지 2주일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데 EBS 홈페이지를 통한 접속 장애가 생기자, EBS는 24일부터는 유튜브 위주로 라이브 특강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EBS 관계자는 "현재 내부 시스템이 한계에 달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되, 공식적으로는 유튜브로 특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부터 온라인 학급방 수업
교육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서 내놓은 '개학 연기 단계별 학사 일정 조정안'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는 개학 연기 4주일 차인 오는 30일부터는 온라인 학급방을 통해 수업을 하게 된다. 온라인 학급은 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나 EBS 온라인 클래스 등에 사이버 공간을 열어 운영한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열어 온라인 학급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개학 연기 3주일 차인 이번 주까지는 교사가 온라인 학급방에 예습 자료를 올리면 학생들이 이를 내려받아 공부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다음 주부터는 교사가 미리 녹화한 강의 영상을 온라인 학급방에 올리면 학생들이 시청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온라인 학급방에 과제 올리는 정도만 되지 대학처럼 강의를 녹화해 올릴 준비는 돼 있지 않다"며 "고등교육기관인 대학도 그렇게 혼란을 겪고 있는데 초·중·고교는 시작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모든 수업도 학교 시간표에 맞춰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온라인 실시간 강의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할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3일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2020학년 1학기 정규 수업을 시작했다. 전교생이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학교 현장 "온라인 수업 대책 시급"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가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수업을 진행할 경우,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할 서버 용량 확충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로 동시 접속이 가능한 인원이 100만명 안팎이어서 전체 초·중·고교생이 이용하기에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민간 회사의 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 학급방을 만들고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 한 고교 교장은 "초·중·고교에서는 온라인 수업 경험이 있는 교사가 드물어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되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북 설천초 오준영 교사는 "소외된 지역의 디지털 격차를 고려하면 온라인 수업으로 지방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다른 교사들이 만들어놓은 수업 영상 등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