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를 예언한 듯한 영화 '감기'에서 딸 박민하는 길을 잃는다. 소방관 장혁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온 후 엄마 수애에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떡볶이'를 말한다. 백세희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제목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다.

그런데 떡볶이는 엄마표보다 길거리표가 더 맛있다. 외출 자제 권고로 못 나간다고 걱정할 건 없다. 떡볶이 맛집인 미로식당, 미미네, 홍제동 사랑의집이 모두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해 '코로나 블루'를 달래준다.

가격은 2~3인분에 5000원 안팎. 인터넷쇼핑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만드는 과정은 냄비에 물을 450g 정도 넣고 소스를 푼 뒤 떡과 어묵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한식 주점인 미로식당은 주요 메뉴인 불고기, 목살 구이보다 서비스로 주는 떡볶이로 더 유명해졌다. 이 떡볶이에 중독되면 식당이 위치한 오르막길을 좀비처럼 걸어 올라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사진〉. 떡볶이 냄새부터 달다. 매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학교 앞 분식점 컵 떡볶이가 생각나는 맛. 술에 취해 단것이 당길 땐 최고일 것 같지만, 단맛 선호 정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반면 30년 된 분식집 홍제동 사랑의 집 떡볶이는 칼칼하다. 후추떡볶이라더니 향부터 톡 쏜다. 뒷맛은 텁텁함 없이 깔끔하다. 옛날 떡볶이처럼 떡은 길쭉하고, 어묵은 넓적하다. 어른들이 좋아할 맛이다. 라면을 넣어 라볶이로 먹어도 맛있다.

홍대 분식점의 전설이 된 미미네국물떡볶이는 딱 그 중간이다. '맵단(매운맛과 단맛)'의 조화가 좋다. 시작은 단데 끝 맛이 맵다. 떡과 어묵은 미로식당처럼 짧고 통통하다. 호불호가 가장 적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