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뷰티업에 종사해온 한모씨는 올 1월 경기도 일산에 30평 규모의 피부관리실을 신장개업했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2개월 만인 이달 초 가게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한씨는 "피부 관리실은 한번에 10회 관리를 받는 패키지 고객들을 초반부터 잡아야 성공할 수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1~2월 3명 확보한 게 전부였다"며 "직원 1명 월급에다 가게 월세, 피부관리 기계 대여비 등 매달 고정비만 800만~1000만원이 필요하지만, 1~2월 합쳐 매출이 100만원 밖에 안돼 가게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가게를 빨리 팔기 위해 자신이 입주할 때 부담했던 권리금 1500만원 중 1000만원을 포기했다. 불경기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웠던 소상공인들이 이제 우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명동의 일부 점포들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 40% 증가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났음을 사실상 보여주는 지표도 나왔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을 통해 올 2월과 3월(1~13일) 지급된 공제금 건수가 1만1792건으로 전년 동기(8377건) 대비 40.8% 증가했다. 중기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이 폐업 또는 사망 등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 그간 매달 납입한 원금에 복리이율이 더해져 공제금을 연금처럼 지급한다. 지난 2월 기준으로 국내 소상공인(540만명)의 약 5분의1이 노란공제에 가입해있다. 공제금 지급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소상공인의 폐업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공제금 지급은 최저임금이 급인상됐던 지난 2018년에 전년대비 37%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6% 증가로 수그러진 상태였다. 올 1월에는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2.5%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월말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인 2월에는 43%, 3월(1~13일)에는 36% 증가했다.

서울 신촌에서 식당을 하는 사장 김모씨는 이달 초 폐업을 결심하고 가게를 내놨다. 김씨는 권리금 1000만원과 보증금 3000만원, 월 임대료 180만원에 점포를 얻어 가게를 운영해왔지만, 빨리 인수자를 찾기 위해 권리금은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대학가인 신촌은 원래 3월부터 대목인데, 코로나 때문에 방학이 연장된 데다 개강을 해도 다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 회복될지 가늠할 수 없다"며 "빨리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리금없이 가게를 내놨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직 인수자가 없다.



◇"알바 잘라도 적자" 늘어나는 폐업고민

폐업 상담을 받거나 폐업을 실제로 고민하는 소상공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폐업 전문 민간 컨설턴트인 고경수 동행365 대표는 "보통 한달 평균 100건 정도 폐업 상담을 해왔는데, 올해 2월 이후에는 한달에 관련 상담이 250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의 한 중고물품상점에 폐업한 식당에서 나온 주방용품 등이 쌓여있다.

서울 종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도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다. 보통 하루에 3~5팀, 10~20명의 손님이 왔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일주일에 한팀 정도 밖에 안오기 때문이다. 그는 “알바생 2명 중 1명을 잘랐는데도 한달에 1000만원 적자보고 있다”며 “김영란법, 주52시간제 등에 어떻게든 버텼지만, 이번 코로나에 완전히 넉다운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이모씨는 “작년 3월 만해도 매출이 600만~700만원이었는데, 이달에는 지난 15일까지 60만원이 고작”이라며 “매달 고정지출만 700만원인데 감당이 안된다. 주변에선 ‘차라리 장사를 접는 게 어떠냐’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10여년간 가게를 운영했는데, 이번처럼 장사가 안되긴 처음”이라며 “하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도 안 돼 자진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