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많은 나라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특별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요한 조치다. 다만 유럽발 입국자들처럼 진단 검사비에다 숙식 및 생활비, 거기다가 치료비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조치는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코로나 위험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아예 봉쇄하고 있어 우리처럼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는 않는다.

◇전수 조사에 막대한 비용

이런 일이 유독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초기부터 세계 방역 흐름과 정반대로 "모기장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의료 및 보건계 등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중국발 입국 금지 요구에도 이를 거부하면서 입국 절차 강화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해 왔다. 이런 맥락 때문에 세계적 대유행이 뚜렷해진 지금도 입국 금지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를 타고 국내 입국한 탑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충남 천안의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하기 위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유럽발 입국자들에 대한 코로나 전수 검사를 하고 있으며, 무증상 입국자라 해도 임시생활시설로 옮겨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러는 사이 국내 확진자가 9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111명에 이르면서 오히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기피 대상이 돼 버렸다.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은 175국에 달한다. 유럽만 놓고 봐도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 등 35국이 한국인 등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애초부터 입국 제한 금지로 접근했어야 할 문제를 그러지 못하다 보니 우리나라도 부족한 의료 인력과 의료 관련 시설에다 막대한 경제적 비용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미주발 확진자

문제는 현재 코로나의 확산이 유럽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에 이은 또 다른 코로나 집단 감염지로 부각되는 미국으로부터의 국내 입국자는 21일 기준 3414명이다. 유럽보다 3배나 큰 규모다. 21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2만6747명에 달한다. 전날까지 독일과 이란이 미국보다 확진자가 많았지만, 이날 미국은 중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사망자는 340명으로 집계됐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코로나는 남미,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서 발생하고 있다.

향후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현상이 진정되지 않아 감염된 지역이 다양해지고, 우리 정부가 현행 방식을 고집한다면 재정적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 수 있다. 이미 국내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입국자들의 확진 사례가 속속 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북미, 남미 입국자 중에서 확진된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일주일 새 미주에서 온 입국자 중 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1일에는 남미 콜롬비아에서 거주하던 신천지 신도가 입국 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코로나19의 확산 동향, 국내 입국자 중 확진 환자 발생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검역을 강화하겠다"며 "현재 미국·캐나다로 꼭 특정하지 않고 일정 비율 이상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높게 나올 경우 지금 유럽처럼 전수조사로 갈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특정 국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주기 시작하면 다른 나라에 달리 적용할 방법이 없다"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및 유학생들은 자기 돈을 내고 진단 검사를 받는데 유럽 등 위험 지역 입국자들에게 대문은 활짝 열어놓은 채 무료 치료까지 해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