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다. 말 그대로 차트도, 팬의 마음속에도 ‘트로트 쾌남’의 속 풀리는 청량한 목소리는 가속도를 붙인다. ‘막걸리 한잔’으로 콱 막혔던 심정을 속 시원히 풀어버린 영탁(38·본명 박영탁). 그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2위를 거두며 ‘선(善)’의 영예를 안았다.

“2위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찬원이가 1위 자리를 고수할지, 영웅이가 엎을지만 내내 생각했거든요. 영웅이와 둘이 남았는데, 혹시라도 1등이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긴 했죠, 하하하!”

2007년 ‘사랑한다’로 가요계 데뷔한 ‘13년차’ 중견 가수다. 남성 듀오 제이 심포니로 활동하며 앨범 ‘JS-시네마’ ‘네버엔딩 스토리’ 등도 발매했다. 국민대에서 실용음악작곡과 석사를 마친 뒤 세한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했지만, “트로트는 아직 새내기급”이라며 웃었다. “트로트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뭐랄까, 제가 트로트 할 때는 탁성이 나요. 촌스러운 탁성이 제 목소리에요. 발라드 할 땐 성대를 꾸며야 하거든요. 노래하는 나도 불편하고 시원하지도 않고. 대중들 눈이 정확해요. 대중이 좋아하는 게 정말 좋은 거에요. 트로트는 그냥 제가 말하 듯이 부르면 돼요. 편안한 상태가 된 거지요. 그리고 트로트는 즐겁게 부를 수 있으니까. 돌고 돌다가 제자리를 찾아 진짜 저를 발견한 것 같아요.”

2016년 ‘누나가 딱이야’를 발표하며 트로트 가수로 인기몰이를 하더니 2018년 말 발표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그야말로 ‘핫’해졌다. 경력이 적지 않은 만큼 경연이 부담될 수도 있을 듯싶었다.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트로트 대축제에 안 나가면 도망가는 거 아닙니까. 노래는 나와의 도전이지 남들과의 싸움이 아니에요. 소속사 대표님도 ‘후회 없이 놀다 와라’ 하시더라고요. 놀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아니나 다를까. 다들 노는 모습 좋아해 주시고. 아하하!”

◇‘인간 박영탁’의 인생을 노래한 ‘미스터트롯’

그는 미스터트롯에 출연하면서 스스로를 중간점검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경연에서 제가 하고픈 얘기를 했거든요. ‘사내’에서 ‘긴가민가하면서 나 믿고 걸어온 길’을 노래했고, ‘막걸리 한잔’에서 아버지와의 애틋함도 담아봤죠. 결승 인생곡 이미자 선생님의 ‘내 삶의 이유있음은’은 정말 제 인생길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경연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었지요. 왜 박영탁이 노래를 선택해 여기까지 왔어야 하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가를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에게 ‘미스터트롯’은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는 과정이었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하신데, 트로피 들고 사진 찍으며 좋아하시는 모습 보니 눈물이 났어요. 가수 된 뒤 부모님께 큰 상 안겨 드린 게 처음이거든요.”

이 남자의 넘치는 에너지는 고갈을 모른다. 인터뷰 중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랬던 그도 경연 중 눈물을 보인 적 있다고 고백했다. “‘사형제’ 뒤 울컥해서 함께 울었어요. 하지만 전 방송에서 우는 모습 보여 드리는 게 싫더라고요. 작가님께 절대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죠. 다행히 안 내보내 주셨어요. 저는 청중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고, 또 그 에너지로 제가 노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김수찬·안성훈·남승민과 함께 ‘사형제’팀을 이끌었다. 1라운드 4위에서 에이스 전에 나선 김수찬의 끼 폭발로 최종 2위로 마감했다. “관중 압도하는 거, 수찬이를 이길 사람이 없어요. 아우, 최고죠. 행사 다니면서 수찬이가 어떻게 하는지 제가 봤잖아요. 엎어줄 거라 생각했죠. 1라운드 때 점수가 안 좋아서, 제가 리드를 잘못했나 하고 울컥하긴 했죠. 1라운드 때 조금만 잘 나왔어도 우리한테도 1등이란 기회가 왔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랬으면 다 함께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영탁은 김수찬의 ‘나팔바지’ 무대를 프로듀스 하기도 했다. 관중도 함께 춤추고 즐기자는 이유에서 나팔바지를 선곡했고, 중간에 아모르파티를 연결해 ‘춤판’을 만들면서 트로트 느낌도 얹고자 했다. “수찬이가 나팔바지를 무대에서 한 번도 안 불러봤다고 하더라고요. ‘형만 믿어. 넌 무조건 잘할 거야’라고 해줬죠. 결국 무대를 뒤흔들었잖아요. 그리고 전 노래, 트로트 가장 잘하는 애들 뽑은 거에요. 승민이는 애기때부터 오래했고, 성훈이도 어릴 때부터 잘 알던 동생이고, 둘 다 목소리 끝내주고, 수찬이는 말해 뭐해요. 전 패자를 뽑은 게 아니라 제일 잘하는 에이스를 뽑은 거에요. 애들이 (데스매치때) 다 지고 올라와서 의기소침해 있어서 그렇지, 어디 가서 절대 뒤질 애들이 아닙니다. 트로트로는 다 저보다 한 수 위인 애들인데요?”

마냥 밝아 보이는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계속되는 실패. SBS ‘스타킹’에 JTBC ‘히든싱어’ 등 방송에서 이름을 알리며 화제도 됐지만 순간이었다. “물 사먹을 돈도 없었어요. 바닥을 찍어보면 알아요. 후배들한테도 멀리 보고 움직이라고 말하거든요. 이런 신드롬에 들떠 있기보다는 자기 음악 잘하고 오래갈 수 있는 음악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작진과 스태프에게 잘 하고, 언제나 겸손하고 10년 뒤 그 이후에도 잘 지낼 수 있는 관계로 만들라고 하지요. 힘든 시절이 있었던 만큼 욕심부리지도 않으려고요. 원래 ‘없던 것’이잖아요. 저도 들어오는 대로 다 베풀면서 살아야죠.”

◇경연하면서 이찬원, 김호중, 나태주 곡 써놔… 취미가 곡 쓰기인 ‘인간 메트로놈’

그는 지난 19일 최후 7인과 함께 출연한 ‘TV CHOSUN 카카오톡 라이브 채팅’에서 MC를 맡으며 놀라운 진행 솜씨를 보이기도 했다. 각각 소감을 고루 묻는가 하면 ‘내가 여자였다면 이 사람이랑 사귄다’, 가장 지저분한 멤버 고르기, 연예인으로 본 이상형, 은밀한 취미 등 짓궂은 질문까지 수월하게 해냈다. 이날 집계된 최다 동시접속자만 무려 7만6025명. 카카오톡 라이브채팅 역대 최고 기록이다. 팬들은 이날 MC를 맡은 영탁에겐 ‘트로트판 국민MC’, 영탁에게 질문을 던져주며 분위기를 전환한 이찬원에게 ‘국민 보엠(보조엠씨)’이란 애칭을 붙였다.

그 동안 각종 TV 예능이나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던 박영탁이다. 안동 MBC 어린이 합창단 출신으로, 2009년 SBS 스타킹에서 ‘지방아이들소울’로 우승도 했다. 2013년 JTBC ‘히든싱어’에서 ‘겸임교수 휘성편’에 등장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최근까지 박명수의 ‘쇼!오디오자키’는 물론 ‘집사부일체’ ‘대한외국인’ 등 예능에 두루 등장한 바 있다. “노래 부르는 것도 어렵겠지만, MC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며 너스레인 그는 ‘예능캐(릭터)’란 말에“저 방송 울렁증이에요”라며 웃으며 손사래다.

영탁은 공차고, 축구 게임을 가끔 하는 것 외에 그저 노래 말고는 관심사도 별로 없다고 했다. “노래 들으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음악을 듣다가 볼륨을 0까지 줄여요. 리듬 박자를 체크하면서 제가 따라부르는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 볼륨을 쫙 올리는데, 노래와 딱 맞아들어갈 때, 그러면 굉장한 희열을 느껴요. 리듬감 익히는 연습용이냐고요? 에이, 연습이 아니고 놀이죠.”

경연 중에 붙은 ‘리듬탁’ ‘인간 메트로놈’이란 별명은 그냥 붙은 게 아니었다. 취미는 곡 쓰기. 음악계에선 작사작곡, 프로듀싱 능력이 이미 잘 알려진 실력파다. 그동안 적지않은 신인 가수들의 데뷔곡이 그의 손을 거쳤다. ‘히든싱어’ 당시 ‘임창정’ 편 우승자인 조현민의 데뷔곡 ‘진짜 미친거 아냐’, ‘환희’ 편 우승자인 박민규의 ‘겨울이야’ 등도 그가 작사작곡 했다.

이번 경연에 참가했던 이대원의 데뷔 앨범 타이틀도 영탁이 작사작곡했다. “아이들 보면 악상이 떠올라요. 호중이는 ‘힐링송’이죠. 성악했을 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었잖아요. ‘희망가’ 부를 때도 그런 아우라가 보였어요. 찬원이는 딱 ‘좋은 사람’이에요. 여러분 제가 좋은 사람이 될게요. 이런 느낌의. 태주 같은 경우는 우리 둘이 몰래 저기 가서 도망가서 살자, 그런 끼 부리는 느낌들? 하하하! 근데 노래를 만들어놓기만 했지 그들이 승낙할지는 모르지요. 앞으로 각자 회사도 생길 테니까. 회사가 생기면 말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런저런 연유로 상처를 많이 받을 수도 있어요. 저 또한 그럴 것이고, 해결해 나가야죠.”

◇눈가주름, 코파기, 손가락마저 섹시하다여심 홀린 ‘박폭스’

‘인복’이 많은 것 같다는 그의 말대로 영탁은 미스터트롯 인맥의 중심이기도 했다. ‘맏형’ 장민호와 함께 미스터트롯이 흔들리지 않고 순항할 수 있도록 중심축 역할을 했다. “시청률이 잘 나와야 우리가 산다, 했지요. 우리끼리 끈끈한 모습을 보여야 대중도 좋아하게 되는 거니까요.” 결승 1라운드 ‘작곡가 미션’에서 1위에 오르게한 ‘찐이야’도 “얻어 걸렸다”며 좋아했다. “그 곡 만든 ‘플레이사운드’(알고보니혼수상태, 김지환) 둘다 친한 동생들이에요. 한번 작업하자 했는데 이렇게 좋은 노래가 탄생하게 됐네요!”

사람 좋아하고, 만남의 귀함을 알기에 마음으로 다가갈 뿐이다. 축구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미스터트롯 축구팀’도 꾸렸다. “101명 중 이미 절반 이상은 제가 아는 후배, 동생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정말 맑아요. 이들과 오래가고 싶다 생각하지요. 우승자 발표 때 1위 욕심도 있지 않았느냐는 말씀도 하시던데, 그때 제가 팔을 벌리니 영웅이가 고개 숙이고 들어와 제 품속으로 확 안겼잖아요. 그 한 장면만으로도 우리의 진심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후배를 이끄는 리더십과 에너지 넘치는 ‘쾌남’ 스타일에 애교 넘치는 모습은 여심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청량제 같은 목소리는 물론 매끈한 슈트 맵시 역시 화제다. 행사장에서 재킷 단추를 푸르고는 옷을 펄럭이며 춤을 출 때 ‘꺄악’하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비혼’의 아이콘이며 ‘남친짤’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비혼’ 연관검색어에 영탁이 있을 정도다.

특히 길고 가는 흰 손가락이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미스터트롯 제작진은 “‘막걸리 한잔’을 부를 때 카메라에 손가락 춤사위가 담겼는데 ‘섹시하다’는 반응이 대단했다. 뒤로 카메라가 영탁의 손가락을 자꾸 따라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자주 코를 건드리는 그를 향해 ‘쉴 새 없이 코를 파는 그가 좋다’는 댓글에 ‘좋아요’만 1100개 넘게 달리기도 했다. 그는 ‘습관성 코파기’에 대해 ‘미스터트롯의 맛-토크쇼’에서 “비염도 심하고 한쪽 코가 잘 막혀 자꾸 손이 가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화사한 눈웃음을 완성하는 눈가 주름에 빠졌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거기에 안경까지 쓰면 교수님 포스에 준수해 보인다는 평!

미스터트롯 출연자 중에선 ‘큰 형님’ 격인 38세이지만 “(하는 짓이) 귀엽다”며 별명도 대량생산했다. ‘3.8짤(38개월 아기 같다는 뜻)’ ‘치명적인 삼십팔짤’ ‘탁깅이’(탁+애기) ‘38짤아조씨’ ‘깨물탁’을 비롯해 ‘탁걸리’ ‘찐탁’ ‘장풍탁’ ‘탁마에’ ‘슈스탁’ 등 경연곡 관련된 별명도 다양하다. 여심을 홀린다며 ‘박폭스(fox)’라고도 불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자신이 최고 무대로 꼽은 ‘막걸리 한잔’에서 나온 ‘탁걸리’. “박폭스요? 뭔말인지도 모르는 데 진짜 신기한 거 너무 많네요. 제가 트위터를 안 하니까 몰랐는데, 트위터에 그런 게 정말 많다면서요? 진짜 천재들인 거 같아요. 제가 올라프 닮았대요. 올라프가 고개 돌리면서 막~걸리 한~잔~. 이런 거 올려놨는데. 와 진짜 깜짝 놀랐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당분간은 노래에 몰두하겠다”는 그의 이상형은 밝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정말 부끄럽지 않게, 정말 열심히 음악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니까 믿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송이나 공연할 때 무대 끝인사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말하거든요. 이제 저 다시 좀 신나게 놀아도 되겠습니까? 아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