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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개인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믿었던 대통령들에게 번번이 배신을 당해왔던 역사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일 출간된 처음이자 마지막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속고 또 속은 국민의 배신감이 기어이 폭발한 것으로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정직하지 못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필요조차 없다는 준엄한 심판의 목소리였던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분야 국정 목표였던 ‘창조경제’도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대선의 가장 큰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없애버리고 그럴싸한 다른 용어를 찾다가 뚱딴지같이 창조경제라는 이상한 용어를 만들어냈다”며 “그 시국에 왜 창조가 나오는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창조라는 것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지향점인데 그것이 어떻게 국정목표가 될 수 있는가”라며 “창조경제는 이름부터 무언가 이상한 냄새를 풍겼는데 박 전 대통령이 출발부터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탄핵은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에 대한 탄핵이었다”며 삼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대표는 “나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박근혜를 바로 옆에서 도왔지만 그(최순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이라는 여인을 삼성이 과연 어떻게 찾아냈을까’ 하는 부분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당선되고 나서 정윤회라는 인물이 상당 기간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시기에도 삼성은 진정한 비선 실세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삼성은) 최순실의 허영심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딸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딱 맞춰서 로비를 전개한 것”이라며 “스포츠재단을 설립하는 데 돈을 내고 비싼 승마용 말을 선물하는 등 오랜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노련한 로비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그는 같은해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즉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며 상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그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면서 무너졌다. 김 전 대표는 2017년 3월 당내 친문 세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민주당을 탈당했고 의원직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