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를 어마 무시하게 한다"고 알려진 라임자산운용 배후의 전주(錢主) 김모(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빼돌린 개인 투자금 등을 고급 유흥업소에서 접대용으로 펑펑 쓰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계 로비에도 거액을 쏟아부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금융업계에서 제기된다.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식사 자리에 여권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 출신을 대동해 위세를 과시했다는 말도 그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

검찰은 라임의 부동산 사업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의 또 다른 김모(47) 회장도 쫓고 있다. 해외로 도피 중인 김 회장 역시 메트로폴리탄 자금 2000억원의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룸살롱에서 월 2억, 차 트렁크에 160억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서울 청담동의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 서너 곳을 특정해 친구로 알려진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 이종필(42) 전 라임 부사장 등과 어울렸다. 김 전 회장은 주가 조작이나 기업 인수 과정에 필요한 주요 인사들을 이곳으로 불러 접대했다.

금융업계 관계자 A씨는 작년 1월 강남의 한 고급 술집에서 김 전 회장 일행과 술자리를 가졌다. 김 전 회장이 '작전 세력'으로 A씨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한다. A씨가 선뜻 김 전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김 전 회장 일당은 A씨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차량 트렁크를 열었다.

A씨는 "트렁크 박스 안에 시중 모 은행에서 발행된 1000만원짜리 수표 1600장, 160억원이 500장씩 세 묶음, 100장 한 묶음 등 총 네 다발로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으니 너도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즉석에서 거액이 들어 있던 트렁크를 보여준 것"이라며 "고액 수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나 금융감독원의 추적에 뻔히 노출되는데도 거리낄 것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단골로 다녔던 한 룸살롱 마담은 "그 오빠(김 전 회장)가 우리 가게에서만 한 달에 2억원씩 10년을 팔아줬다"고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10년간 최소 200억원 이상을 접대용 술값으로만 썼다는 게 된다.

김 전 회장은 거의 매일 고급 술집을 드나들면서도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동이 트면 서울의 한 유명한 대형 교회로 달려가 예배를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교회에서 만난 목사나 집사 등을 자신이 인수한 상장사의 '바지사장'이나 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출신 지역 조폭이 그가 인수한 업체 임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檢, 또 다른 '김 회장' 체포 영장

검찰은 라임의 부동산 사업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김 회장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제주도와 서울 합정동 등에서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던 메트로폴리탄에는 라임이 조성한 펀드 자금 2500억원이 투자됐다. 검찰은 이 중 2000억원이 필리핀 세부 리조트나 카지노 인수 사업 등을 위해 차명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은 다른 라임 펀드의 부실 전환사채를 사주며 수익률 조작에도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라임 배후에 숨어 있던 존재였다면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은 전면에서 이종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고 자금을 빼돌린 인물"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한편 라임 측은 올 1월 환매 중단 결정이 난 이후에도 투자금을 빼내 코스닥 기업에 2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라임 사태 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벌어진 일로, 금융 당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라임(라임자산운용) 사태

작년 10월 라임이 "고객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펀드 환매를 중단하자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투자자 3명이 라임 등을 고소하며 시작됐다. 개인 투자자 4000여명이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본 전형적 민생 사건이다. 라임은 사기 및 부정 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에 라임의 사업 파트너가 친노 인사에게 정치자금 20억원을 줬다는 간접 증언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