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브라질 등 9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가 8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고, 달러당 1300선을 위협했던 환율도 하루 새 39원이나 내렸다. 미국이 9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자신들의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이다. 다른 나라에 통화 위기가 발생하면 그것이 미국 시장에 바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우리 금융시장에 즉시 안정 효과를 미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 안보·경제 전선에 위기가 왔을 때 우리에게 구명의 동아줄을 던져줄 나라가 어디인지를 새삼 절감한다.

정부는 전통 우방국인 미국, 일본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에 밀착하는 외교 행보를 이어 왔다. 중국도 중요한 이웃이다. 앞으로도 밀접한 우의를 다져 가야 한다. 하지만 폭력적인 사드 보복과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듯 중국은 자국 이익과 지정학 패권을 위해서라면 이웃 나라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다. 코로나 사태 초기 문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전화해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면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 확산이 진정 조짐을 보이자 한국인 입국을 막고, "외교보다 더 중요한 건 방역"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논란, 대북 제재 불협화음, 방위비 논란 등 갈등 요인이 많았음에도 한국인 입국 금지를 자제하고, 통화 스와프로 오랜 우방을 돕는 선택을 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비즈니스 관계로 취급하는 행태로 큰 실망감을 안겨 주기도 했지만,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는 한·미 동맹이 단순히 '군사 동맹'에 그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가치 동맹'임을 일깨워 준다.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가 한·미 간 안보·경제 동맹을 보다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