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지금 보이지 않는 적(invisible en emy)과 싸우고 있는 전시(wartime)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 보이지 않는 적은 "중국에서 온 차이니스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했다.

그는 이날 "나는 이번 사태를 전시 대통령으로서 본다"며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부족한 의료 장비를 공급하고, 해군 병원선 2척을 뉴욕 항구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6·25전쟁 때 제정된 이 법은 군수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인공호흡기와 개인 보호장비 등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미 산업시설의 자원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1946년생으로 전후(戰後)세대인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다소 비장한 목소리로 2차 대전 당시의 미국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10대가 전쟁터로 나가고, 노동자들은 공장 바닥에서 자는 등 미국의 모든 세대는 나라를 위해 다 같이 희생했다"며 "이제 우리가 함께 희생할 차례"라고 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나라를 전쟁 승리로 이끄는 군(軍)통수권자라는 무게가 실린 '전시 대통령'으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N과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은 트럼프의 이 발언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고 재선(再選)된 에이브러햄 링컨과, 2차 대전을 승리하고 4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는 2017년에도 자신을 이 두 대통령의 반열에 두는 발언을 했다. 자신은 "링컨 빼고, 가장 대통령다운 미국 대통령" "FDR 말고, 가장 많은 업적을 이룬 대통령"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치인 트럼프에게 최악이다. 18일 뉴욕 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1만9898로, 그의 취임 전날 수준(1만9732)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주가 상승 폭을 완전히 까먹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 탓에, 트럼프 참모들은 최근 그에게 "당파적 발언을 삼가고, 국난을 헤쳐가는 '통합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재선에 유리하다"는 조언을 많이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날 적(敵)이 미국 밖에서 온 것임을 강조했다. 자신에게 쏟아진 초기의 안일한 대응 비판을 피하려는 것이다. 지난 16일부터는 '차이니스 바이러스'라고 말한다. 그는 이날 "그 용어 탓에, 아시아계 미국인이 차별받는다"는 지적에도 "결코 인종차별적이 아니다.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는 것은 누구나 100% 동의한다. 정확히 말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