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한 달간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지면 비평을 최근 서면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범(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이덕환(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로스쿨 원장) 위원이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지난 18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서면으로 이루어진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의 3월 지면 비평은 코로나19 사태에 집중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뒤늦게 내놓고 있고, 그나마 빠르게 집행하지 못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초기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후속 사태를 수습하지도 못하는 무능력한 정부는 신천지 교회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 수퍼 전파자"라고 지적한 사설 〈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2월 24일)가 정곡을 찔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망가져 가는 대한민국의 '생얼'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말을 옮겨 쓰기보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질적 행동에 주목해 코로나19 대책의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공적 마스크 5부제'는 자유시장 경제를 천명한 헌법 제119조에 어긋나는 위헌적 정책이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라는 핑계로 영세 기업 제품을 임의로 책정한 가격으로 '강제 매입'하고 민간 약국을 '공적 판매소'로 지정해 마스크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마스크를 '공적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개적으로 "사회주의적인 계획경제 방식"이라고 밝힌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정책실이 마스크 실무 정책을 개발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과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해야 한다.

―〈文대통령 "마스크 5부제, 대리 수령 범위 넓히라"〉(3월 7일 A5면)를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 대리 수령의 범위를 넓히라"고 했는데, 마스크 5부제 내용을 담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은 이틀 전 소집된 임시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발표한 내용을 대통령이 이틀 만에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했는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 또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릴 때 문 대통령은 국가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감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국민의 단합과 협조를 호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전쟁·재난 등 국가적 위기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의 대국민 메시지는 짧되 분명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고 전후 모순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만 주목하지 말고 완치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얼마 전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된 한 환자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감염 과정부터 확진 판정, 격리, 치료, 완치, 격리 해제까지 과정을 읽으면서 이 병에 대한 지나친 안이함이나 공포를 갖지 않게 되었다. 또 WHO가 '인포데믹(infodemic)'이라 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 치명적일 수 있는 정보를 지적하는 게 중요하다.

―〈"우얍니꺼, 봄은 오겠지예" 할머니는 팬지꽃을 심었다〉(3월 7일 A1면)와 〈"이젠 영화 보기도 신물, 사람 피폐해져… 야간산책이라도 허용해달라"〉(3월 9일 A3면)는 코로나19의 물리적 피해를 넘어 정신적 측면을 다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와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현장 기자는 그런 감정을 더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취재 기자가 '1인칭 나' 시점에서 이런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기획 기사를 쓰면 좋을 것이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나를 지키자'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이 잠재적 감염자라는 주장은 모든 사람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든다. 이제 '남을 지켜주자'는 새로운 선진적 패러다임을 적극 교육·홍보할 필요가 있다. 기침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스스로 격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WHO의 방역 패러다임이다.

―한국인 입국 규제와 관련, 세계 100여 국에서 규제당하는 한국의 처지를 부각하고 대책 없는 외교부와 외교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입국 규제는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 때문이지 외교적 대응과는 큰 관련이 없다. 한국인 입국 규제를 한국이 당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도 비슷한 관점이다. 오히려 언론이 나서서 폐쇄적 민족주의 관점이 아니라 공통 이익인 방역 관점에서 보고 정부가 전문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

―〈中, 코로나 불황 감추려 빈 공장 돌린다〉(3월 3일 A18면),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 中 실업·도산 공포〉(3월 5일 B3면) 등은 어려움을 겪는 경제를 진단했지만 종합적 시각이 부족해 보인다. '코로나발 금융 위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 부채가 많은 중국의 경우 기업 상환 압력 증가→기업 도산→은행 등 부실 자산 증가→은행 대출 감소→기업 도산 증가의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 금융 부실 증가와 위안화 약세에 따른 외환 보유액 감소 위험 등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역의 급격한 위축 등 실물 부문 충격은 국내 기업 부실과 금융기관 부실로 직결될 수 있다. 외국 자본 이탈에 따른 외환·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글로벌 가치사슬 생산 차질 등을 치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 가능성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대책 필요성을 적극 제언해야 한다.

―〈Close-up: 미혼 김대리- 반바지 입고 화상회의, 상사 눈치 안봐서 꿀맛〉(3월 9일 B2면)은 코로나로 재택근무하는 직장인들 모습을 다뤘는데, 웹툰 형식을 차용해 말풍선을 달고 화려한 색을 사용해 신선했다. 흔히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아니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런 실험적인 일러스트를 확대하면 좋겠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극단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국 사태 이후 시작된 진보 좌파 진영의 내부 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친노반문(親盧反文)'이라고 일컬어지는 진보 진영 분화의 핵심은 '노무현'의 공과·유산에 대한 엇갈린 해석에 있다. 현 집권 세력이 전통적인 진보의 주류와 비교해 이질적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노무현'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수 진영 논리의 다원화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보수가 주창하는 대통합의 기치가 선거용 야합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보수라는 천막이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논리와 이념의 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보수의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되고, 흑백 이념 대립을 넘는 사회적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타다 금지법' 법사위 통과… 타다 "서비스 멈추겠다"〉(3월 5일 A1면), 〈與 꼼수표결에 발 묶인 '文 규제혁신 1호(인터넷전문은행법)'〉(3월 6일 A10면)은 법원이 무죄로 판결한 '타다'를 여야가 법을 고쳐 불허하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에 여당인 민주당이 기습적으로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것을 비판적으로 잘 다루었다. 나아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혁신하겠다던 민주당이 왜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인지, 규제 혁신에 반하는 이들의 행태가 위선인지 사기인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정말 우리나라에선 규제 혁신이 안 되는 것인지, 장애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분석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