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bay) 일대 7개 카운티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6일(현지 시각) 주민 700만여 명에게 식료품 구매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3주간 집 밖을 나오지 말라는 '자택 대기 명령(shelter in place)'을 내렸다. 정부 허가 없이는 아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전면 지역 봉쇄(full lockdown)의 전 단계다. 미국 지역 정부가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으로, 현재까지 미국에서 내려진 코로나 관련 조치 가운데 가장 엄격한 것이다.
16일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연방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길 기다릴 수 없다"면서 "자택 대기 명령 조치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겠지만, (코로나 확산이라는)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택 봉쇄 조치는 17일 0시부터 4월 7일까지 적용된다. 베이 지역 확진자 수는 최소 258명으로, 절반 이상이 최근 4일 사이 늘어났다. 가파른 코로나 증가세를 꺾기 위해 지역 정부가 주민들의 발을 묶기로 한 것이다.
주민들은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경우 외출할 수 있다. 조깅과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등의 일부 야외 활동도 허용되지만, 사람들 간 최대한 6피트(1.8m) 거리는 유지해야 한다. 이 조치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경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조치의 적용을 받는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와 샌타클래라, 샌머테이오, 머린, 콘트라코스타, 앨러미다, 샌타크루즈로, 실리콘밸리 전역을 포함한다. 이 지역에선 17일부터 헬스장, 골프장 같은 비필수 업종은 모두 문을 닫고, 경찰·소방관·의사 등 공공 인력이 아닌 일반 직장 직원들은 반드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이미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IT 기업에선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식료품점, 약국, 주유소, 은행 등은 필수 사업으로 인정돼 영업할 수 있지만, 식당은 매장 내에 손님을 받지 못하고 배달과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CNN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미국 전역에선 코로나 환자가 448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86명이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으로 15일간 적용될 이 가이드라인에는 10명 이상의 모임과 외식을 피하고 음식점 포장·배달 주문을 이용하라는 내용, 여행 및 쇼핑을 위한 외출과 사교적 외출을 피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몸이 좋지 않을 경우 출근하지 말고, 아이들이 아프면 학교에 보내지 말고,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코로나 판정을 받으면 모두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가 7~8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가 전날 레스토랑과 카페, 술집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수도 워싱턴 DC도 16일 밤부터 식당과 술집, 영화관 등을 전면 폐쇄했다. 지난 13일 미국이 코로나로 인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실상 첫 근무일인 16일 워싱턴 DC는 마치 연휴 분위기였다. 낮에도 도로변 유료 주차장이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빈자리를 찾기 위해 20분 이상 주변을 빙빙 돌아야 하는 평소와 대조적이었다. 뉴욕 맨해튼 거리도 사람들이 없어 한적했다. 뉴욕시가 영업을 중단시킨 레스토랑과 카페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옷 가게 중에서도 문을 닫은 곳이 종종 눈에 띄었다.
미 대선 경선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플로리다·애리조나·일리노이주와 함께 대선 경선을 치를 예정이던 오하이오주가 경선을 연기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경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투표소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유권자들을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보건 위험에 놓이게 할 것"이라고 했다.